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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응급실 뺑뺑이, 외면할 수 없는 강원의료의 민낯

강원특별자치도 내에서 응급환자의 병원 이송을 거부당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춘천의 70대 환자가 심각한 호흡곤란을 호소했음에도 춘천지역 병원들이 의료진·병상 부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해 1시간가량 현장에 방치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환자가 가까스로 고비를 넘기며 병원을 가지 않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질 만큼, 현재 강원의 응급의료 체계는 위태롭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강릉에서는 음독 시도자 A씨가 도내 10여 곳의 병원에서 거절당한 끝에 평택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결국 숨졌다. 이처럼 골든타임을 놓치는 구조적 문제는 단순한 행정 착오나 일시적인 인력난 때문이 아니다. 강원지역이 처한 응급의료 공백, 나아가 지역 의료 체계의 구조적 허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현실이다. 지난해 6개월 동안 재이송된 응급환자는 3만6,846건에 달한다. 이 중 60분을 초과한 사례만도 2,276건(6.2%)이다. 이는 통계상의 숫자 너머에 수많은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구급현장에서 병원과의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전문의 및 병상 부족, 장비 미비 등으로 인해 가까운 지역 내 병원 이송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다. 결국 먼 지역으로 환자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빈번해진다. 이는 곧 현장 대응의 지연과 구급대원들의 과중한 업무로 귀착된다. 소방 당국은 ‘119구급 스마트시스템’을 통해 이송 요청을 여러 병원에 동시에 보내는 방식으로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구급대원의 심신 안정 프로그램도 확대 중이다. 이는 다행스러운 변화지만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응급의료는 생명과 직결되는 공공재다. 어느 지역, 어떤 계층이든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특히 고령 인구가 많은 도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크다. 우선 지역 내 응급의료기관 지정 및 기능 강화가 시급하다. 현재 도는 수도권에 비해 응급의료기관의 수와 전문성 면에서 현저히 열악하다.

각 시·군마다 최소 1개의 중증응급환자 수용이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을 육성하고, 이들 병원이 24시간 진료 체계를 갖추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다. 전문 의료인력 확보 및 유지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필수 인력의 지역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 근무환경 개선, 순환 근무제 도입 등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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