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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월요칼럼]몸의 경험, 기억, 인간

강원대교수

최근 인공지능이 사회적 화두다. 어느 분야에서든 챗봇에 기반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기구만 있으면 손쉽게 묻고 대답할 수 있으니 활용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에서 궁금한 것을 검색하던 시대에서 슬며시 유튜브로 관심사가 이동하더니 어느새 생성형 인공지능이 우리 곁으로 와서 어깨를 감싸고 있다. 일부 대학생들이 이러한 어플을 사용하여 시험 시간에 부정을 저질렀다는 보도가 나오고 보니 얼마나 세월이 달라졌는지를 실감한다.

미래학자나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자들은 5년 이내에 전혀 다른 세상이 올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예전에는 책을 펼쳤는데 이제는 인공지능 어플을 열어서 궁금한 것을 말로 물어보면 된다. 세상의 방대한 자료를 손쉽게 검색하고 요약하며 논리적으로 내 질문에 대답을 해주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이란 말인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만든 영상이나 사진은 그 진위를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술 분야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인간은 결국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곧 오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요즘 같은 격변기를 살아가면서 나는 문득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역사적으로 인간애 대한 정의가 많지만, 인간이 기억으로 구성되는 존재라는 정의가 내 마음에 와닿는다. 기억은 인간이 남긴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구축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역시 우리가 몸으로 배운 경험이 기억 구축의 출발점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인간의 몸으로 경험하고 체득한 것을 대체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인공지능 로봇조차도 어떤 일을 지시하고 가르칠 때 수식을 계산해서 하도록 하는 것보다 반복적으로 일을 시키는 것이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반복적 경험으로 얻는 지식과 깨달음은 우리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자전거 타는 방법을 가르칠 때 자전거의 원리를 말로 설명하는 것으로는 한계를 느낀다. 한 사람이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 주고 배우는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앉아서 여러 번 넘어지면서 스스로 감각을 익히게 한다. 그렇게 몸으로 익히는 경험이 중요하다. 자전거를 타고 균형을 잡는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종의 초월의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경험하면 나도 모르게 자전거 타는 일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상대방의 표정에서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살아오는 동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표정을 경험한 덕분이다. 정자(程子)가 말한 ‘활연관통(豁然貫通)’이 바로 그것이다. 매일 공부를 하면 지식이 쌓이고, 그 지식이 어느 정도 쌓이면 각각의 사물을 하나의 이치로 꿰어서 깨닫는 순간이 갑자기 온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수많은 경험이 쌓여서 ‘활연관통’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생각의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해도 우리의 신체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소중한 일이다. 소로 논밭을 가는 것이 옛날 사람들에게는 일상이었겠지만 이제는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사오는 것이 일상이다. 그만큼 경험의 양과 질에 있어서 차이가 크다.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서로의 경험과 기억이 달라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우리의 몸을 움직여서 많은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수준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인간의 경험은 사라진다. 오죽하면 크리스틴 로젠 같은 연구자는 경험의 멸종을 걱정하겠는가.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를 따라가는 것은 중요한 것 이상으로 우리가 몸을 움직여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경험의 중요성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다움을 증명하기 위해 엄청난 세월의 경험을 우리 몸 안에 축적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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