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강수 원주시장이 원주–횡성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횡성군과 사전 논의 한마디 없이 횡성군민의 삶과 정서, 그리고 지역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던져진 일방적 발상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와 함께 횡성군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횡성군민에게 이 통합 제안은 ‘미래 비전’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켜온 자치와 존엄을 내려놓으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횡성은 결코 원주의 위성도시가 아니다. 원주의 확장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도 아니다. 횡성은 지금까지 농업과 축산을 중심으로 스스로의 생존방식을 만들어왔고, 5만 횡성군민의 힘으로 지역을 지켜온 독립된 생활권이다.
통합이후의 그림은 불 보듯 뻔하다. 행정의 중심은 원주로 이동하고 예산의 분배와 주요 사업의 추진은 역시 도심권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군청은 이름만 남거나 출장소로 전락할 것이고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 횡성의 목소리는 지금보다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농업·축산 정책, 농촌복지, 면 단위 생활 SOC는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다. 이는 과장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지자체 통합 사례에서 반복돼 온 현실이다.
통합을 주장하는 원주시에서는 양 시군의 통합으로 중부내륙 거점도시로서의 역할 수행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신산업 성장의 시너지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횡성군민의 눈에 그 논리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이상적일 뿐이다.
무엇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절차의 문제다. 지금 이 시점에 횡성군민 누구도 통합을 요구한 적이 없다. 주민 토론도, 공론화 과정도, 단 한마디의 설명도 없었다. 그런데 원주시장이 먼저 통합을 공론화하고 횡성은 그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처지가 됐다.
행정구역통합은 단체장의 제안이나 정치적 구호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횡성군민의 충분한 논의와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횡성군민은 이미 알고 있다. 통합이후 '균형발전'이라는 약속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행정은 항상 효율과 규모를 우선시 하고, 농촌은 그 과정에서 조용히 희생돼 왔다. 그래서 군민들은 이번 통합제안에서 '미래'보다 '불안'을 먼저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일각에서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해법이 행정통합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굳이 행정통합이 아니더라도 광역 협력, 기능별 연계, 지자체 공동사업 추진 등 다양한 방식의 대안이 존재한다. 더군다나 횡성은 작년에 전국 82개 자치군 가운데 지속가능도시 1위에 오를 정도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통합은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이다. 한번 사라진 행정구역과 지역 정체성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통합 논의는 더욱 신중해야 하며 무엇보다 횡성군민의 뜻이 최우선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횡성의 미래는 원주의 청사진이 아니라 횡성군민 스스로의 선택으로 결정돼야 한다. 통합을 말하기 전에 그 선택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횡성은 작지만 쉽게 사라질 공동체가 아니다.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과 노동, 관계와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일방적인 통합이라면, 횡성군민은 단호히 거부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