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난 쿠팡에 대해 경찰이 집중 수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1일 오후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쿠팡에 노동자 과로 방지책과 설 연휴 휴식 보장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쿠팡은 10여년간 택배노조의 피와 땀을 바꾼 귀중한 노동기준을 하나하나 박살 내고 있다"며 "쿠팡의 365일 배송시스템을 깨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쿠팡 택배 노동자도 설에는 가족과 함께 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쿠팡으로부터 해고당한 경험이 있다는 한 조합원은 "쿠팡은 언제든 휴가를 다녀와도 된다고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70%의 기사들이 원할 때 쉬지 못하고 있다"며 쿠팡에 연휴 휴식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후 2시부터 같은 자리에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함께 '쿠팡 피해자 행동의 날' 집회를 이어간다.
집회 종료 후에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본뜬 대형 조형물에 소환장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앞서 택배노조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고 장덕준씨의 모친 박미숙씨와 지난달 12일 오후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부실 수사한 의혹이 있다며 노동부에 대한 감사를 주장했다.
이들은 언론 보도를 근거로 쿠팡이 대관팀과 김앤장 등을 통해 노동부의 장씨 사건에 대한 근로감독 주요 정보를 사전 입수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의장 등을 산업안전법·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의 고발도 부실 수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실제로 수사를 맡았던 노동청은 쿠팡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으며 검찰도 사건을 종결했다.
쿠팡은 야간 근로자에 대해 특수건강검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10만원을 부과받는 데 그쳤다.
장씨의 어머니인 박미숙씨는 "기사를 접하고 덕준이 사망에 대한 책임이 고작 과태료 10만원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해됐다"며 "김범석이 왜 덕준이 산재 사고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치밀하게 지시했는지 숨김없이 밝혀달라"고 외쳤다.
장씨는 2020년 10월 경북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으며, 최근 쿠팡 전직 경영진의 내부 고발에 따라 김 의장이 직접 사망 경위를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택배노조는 이에 김 의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과 노동부에 고발했다. 서울고용노동청은 이날 고발인과 모친 박씨를 불러 고발 경위를 조사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쿠팡 물류·택배·라이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를 규탄하며 쿠팡에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별관에서 '쿠팡 노동권 쟁취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기자회견은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쿠팡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요구하는 자리"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등이 참석해 각각 물류노동자와 택배노동자, 라이더 노동자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먼저 정 지부장은 "쿠팡 물류센터의 노조 활동은 비상식적인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도였지만, 쿠팡은 부당해고와 블랙리스트로 이를 억눌러 왔다"며 "로켓배송은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시간마다 휴게시간 보장, 야간 노동자 보호, 냉난방 설비 설치, 단체협약 체결과 생활임금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준비위원장은 "로켓배송은 노동자의 생명을 갉아먹는 구조"라며 "주 60시간·야간 46시간 상한 설정과 초심야 배송 제한, 연속근무에 대한 강력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클렌징 제도와 과도한 배송 마감 압박은 사실상의 해고"라며 "분류작업 직접 수행, 유급휴가 보장, 최저수수료 도입과 원청 단가 공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클렌징 제도는 대리점이 근무일수 등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배송 구역을 회수하거나 물량을 조절하는 쿠팡의 내부 규정을 말한다.
박 부위원장은 "쿠팡이츠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배차와 단가를 통제하며, 일하지 않는 시간까지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를 요구한다"며 "낮은 기본 단가와 프로모션·등급제는 위험한 운행과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하고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쿠팡이 노동자의 생명과 시민의 안전을 외면한 채 성장해 온 구조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