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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군부대 앞 오래된 공간이 만든 감성…여기서 커피 한 잔 어때요?

국토정중앙면 ‘진광상회카페’

꾸미지 않아 더 진한 공간의 온기
장병과 주민·여행자 스치는 사랑방
국토정중앙 여행길에 만나는 쉼터
지역서 생산 과일로 만든 쥬스 인기

진광상회카페 전경

양구군 국토정중앙면 구암리의 작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서면, 마치 오래전 동네 슈퍼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한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진광상회카페’는 과거 동네 주민과 군 장병들이 자주 드나들던 슈퍼를 카페로 재해석한 장소로, 옛 기억과 현재의 여유, 동네 사랑방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이다.

■슈퍼에서 카페로, 시간을 품은 공간=진광상회 카페가 위치한 국토정중앙면은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의 중심에 가까운 지역으로, 주변에는 군부대와 소규모 마을이 어우러져 있다. 한때 이곳 진광상회는 생활 필수품과 군용품을 구비한 슈퍼였다. 군장병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등 오랫동안 지역 주민과 군 장병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곳이다. 시대가 변하며 슈퍼로서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그 공간과 기억은 2023년 4월 ‘카페’라는 새로운 형태로 이어졌다. 이미란 진광상회 대표는 “부모님이 많이 아프셔 부산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양구로 돌아오게 됐다”며 “새로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가족과 지역의 시간이 담긴 기존 공간을 재활용해 사람들의 쉼터로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광상회 카페를 운영 중인 이미란 대표(가운데)와 부모님
진광상회카페 내부 곳곳에 놓인 소품들

■일상의 풍경이 된 레트로, 꾸미지 않은 감성=겉모습은 슈퍼 시절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옛 간판과 목조 구조는 특별히 꾸민 ‘레트로 감성’이 아닌, 실제로 시간이 쌓이며 만들어진 질감을 보여준다. 내부는 아담하지만 곳곳에 놓인 소품과 가구들이 공간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완성한다. 메뉴는 커피, 티, 와플 등 기본적인 카페 음료와 디저트 중심이다. 특히 양구지역에서 생산된 딸기로 만든 라떼와 수박쥬스, 메론쥬스를 비롯해 블랙 자몽티 같은 계절 메뉴가 방문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 진광상회의 와플은 두툼하고 폭신한 식감에 과일과 크림이 어우러져 디저트 메뉴로 손꼽힌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구성은 이곳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진광상회카페 메뉴들

■군 장병과 주민, 여행자가 만나는 곳=진광상회는 단순히 맛과 분위기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 군부대와 마을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장소다. 과거 군장병과 주민들의 생활 슈퍼였던 이 공간은 카페로 탈바꿈한 지금도 군부대 장병들과 가족들이 자주 들른다. 외출이나 휴가를 나온 장병들이 잠시 쉬어가고, 동네 주민들이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이 공간이 여전히 지역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아담한 공간이지만, 창가 테이블은 조용히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머물기 좋고, 안쪽 공간은 친구나 동료와의 대화에 어울린다. 과하지 않은 편안함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이곳만의 매력이다.

진광상회 카페

■여행 동선에 스며드는 쉼표 같은 공간=카페 주위에는 국토정중앙 기념비와 한반도섬, 파로호 등의 관광명소들도 제법 가깝게 위치해 있어 여행 동선에 자연스럽게 포함시킬 수 있다. 진광상회는 특정 관광지를 향해 이동하다가 일부러 시간을 내 들르기보다는, 산책하듯 걷다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장소에 가깝다. 국토정중앙 표지석을 둘러본 뒤 차 한 잔으로 여유를 채우거나, 한반도섬과 파로호를 둘러본 뒤 잠시 들러 여행의 호흡을 고르는 코스처럼. 단 영업시간은 비교적 짧은 편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월요일은 정기 휴무이므로 방문 시 참고하는 것이 좋다.

사라지지 않는 동네의 방식=진광상회카페는 새로운 유행을 쫓기보다, 오래된 동네의 방식을 조용히 이어간다.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바뀌는 공간이 아니라, 잠시 머물러도 부담 없는 장소로 남아 있다. 군부대 앞이라는 입지와 슈퍼였던 기억, 그리고 카페라는 현재가 겹치며 이곳은 자연스럽게 지역의 시간을 품는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특별한 컨셉 없이도 사람들이 다시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진광상회는 카페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여전히 동네의 사랑방처럼 작동하는 공간이다. 커피보다 오래 남는 것은 공간의 온기라는 사실을, 이곳은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이 길을 지나면 무심코 한 번쯤 문을 열어보게 되는 이유가 그 온기 안에 있다. 그렇게 진광상회는 일상의 한 장면으로, 조용히 이 동네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진광상회카페 내부 곳곳에 놓인 소품들
진광상회카페 내부 곳곳에 놓인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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