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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벼랑 끝 속초의료원

강정호(국민의힘·속초) 강원특별자치도의원

◇강정호 강원특별자치도의원

공공의료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특히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영동 북부권에서 속초의료원이 갖는 상징성과 실질적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영동 북부권 거점 공공의료기관인 속초의료원이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유례없는 위기 앞에 서 있다. 단순히 ‘경영이 어렵다’는 수준을 넘어, 임금 체불과 공사대금 미지급이라는 늪에 빠져 지역 의료 체계 전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본 의원은 지난해 7월과 10월에 이어, 최근 다시 한번 보도자료를 통해 속초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강원특별자치도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재 속초의료원이 마주한 현실은 참담하다. 체불된 임금은 16억9,000만원에 달하며, 기능보강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공사대금 미지급금은 무려 36건, 24억2,400만 원에 이른다. 이를 합산하면 4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묶여 있다. 이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는커녕, 당장 내일의 운영조차 기약하기 힘든 절박한 수치다.

이러한 위기의 이면에는 뼈아픈 실책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주요 시설 공사와 예산 집행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회계 처리와 계약 관리 부실이 누적되었다. 만성적인 공공의료 적자 구조 속에서도 내부 관리·감독 기능은 마비되었고, 이것이 결국 2024년 말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임금 체불 사태로 이어졌다.

의료원 자체적인 자구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례식장 임대 입찰 등 수익 창출을 시도했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입찰 조건으로 인해 무산되었고, 현재 재공고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할 점은 공공의료기관의 구조적 한계다.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을 우선해야 하는 의료원의 특성상, 진료 외 수익만으로 40억 원이 넘는 누적 채무를 해결하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가깝다.

이제는 강원특별자치도가 응답해야 할 차례다. 지방정부의 외면은 곧 지역 주민의 생명권에 대한 방임과 다름없다. 본 의원은 다음의 세 가지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긴급 재정 투입이 즉각 이루어져야 한다. 다가오는 설 명절을 앞두고 임금 체불로 고통받는 의료진과 종사자들의 생계 안정은 물론,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한 업체들의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 최소한의 안정이 확보되어야 의료진 이탈을 막고 필수 의료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둘째, 전면적인 경영 진단과 구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과거의 부실했던 회계와 계약 관리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여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투명한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착한 적자’를 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의료원이 공공의료를 수행하며 발생하는 구조적 적자는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 관련 조례와 예산 체계를 정비하여 안정적인 재원 지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속초의료원의 위기는 단순한 경영 부실의 결과가 아니라, 공공의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책임감을 묻는 시험대다. 40억 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부채가 아니라, 밤낮으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땀방울이며 지역 주민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생명줄의 무게다.

강원자치도는 더 이상 '지켜보겠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속초의료원 종사자들이 안정을 되찾고 지역 주민들이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도 차원의 책임 있는 자세와 과감한 재정 지원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공공의료의 붕괴를 막는 골든타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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