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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기고]향기에 묻어오는 여행의 기억 그리고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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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환 강원관광재단 본부장

◇윤태환 강원관광재단 본부장

청년시절 주기적으로 춘천과 원주를 오가던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고속도로로 연결된 것도 아니고, 버스로 큰 고개를 5~6개 넘어 1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가려면 으레 좌석에 앉자마자 잠부터 청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원주 시내 초입 우산동에 들어서면 잠결에도 느껴지는 희미한 라면 스프 냄새에 목적지에 다다랐음을 감지하고 여정을 끝낼 채비를 하게 된다.

30여 년이 지나 이미 많이 변해버렸지만 원주라는 도시는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서 라면 스프의 자극적이면서도 정겨운 향취와 오버랩된다. 라면 공장이 위치한 원주에 대해 평가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의 기억 속에서 특정한 지역은 특별한 향취로 포장되어 기억될 수 있다는 예시일 뿐이다. 만약에 그 향취로 기억되는 도시에서 특별한 경험과 감정도 함께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최근 DGIST 뇌과학과 문제일 교수가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냄새는 코를 거쳐 뇌가 맡는다”고 한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은 바 있다. 향기는 우리의 뇌에 ‘기억’을 ‘감정’으로 저장한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향은 기억창고를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이름을 따서 프루스트효과라 일컬어지는 이 현상은 특정 냄새가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즉각적으로 되살릴 수 있음을 설명한다.

실제로 인간의 오감 중 후각은 시각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도가 높은 인체감각으로 알려져 있다. 데메테르란 향수 브랜드는 이러한 점을 파고들어 베이비파우더, 세탁건조기, 초밥, 흙, 비, 심지어는 우리 국민들 기억 속에 벅찬 감동으로 남아있는 2002년 월드컵을 연상케 하는 잔디와 땀냄새를 모티브로 한 향수를 개발하고 판매하기도 하였다. 이 향수의 창시자인 크리스토퍼 브루시우스는 “향은 가장 기분 좋은 것을 떠올리도록 해야 하고 기억속의 장소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만약 우리 도내 공항, 고속도로휴게소, 터미널, 기차역, 관광명소 등에서 강원이란 한정된 지역 혹은 각 시군에서만 맡을 수 있는 고유의 향을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길 수 있다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특히, 접경지역이 많은 우리 도는 많은 지역의 터미널·역 등에서 외출·외박을 나온 군인들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도외 지역에 거주하는 외지인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훗날 자신의 연인, 가족들과 함께했던 강원의 향취를 통해 자신들이 머물던 지역을 기억하고, 또 어디선가 그 향취를 다시 접하게 되었을 때 기억의 장소로 몸과 마음이 소환되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테슬라 등 일부 기업에서 로봇이 후각을 통해 위험물질을 식별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이는 냄새를 디지털화하여 저장하거나 송·수신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우리 지역에서 여정을 가졌던 이들에게 향기를 통한 초대장을 보내어 그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다시금 재방문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더해본다. 또한 특정한 냄새를 통해 특정한 지역으로 인도하는 차량 자율주행 시스템 등과 결합하면 향기를 입힌 기억을 매개로 한 지역의 기술적 관광수요 창출도 가능해 보이는 부분이다.

몇 년 전 TV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삽입되었던 아이돌그룹 STACY의 『Star』란 OST 중에 ‘좋은 향기가 나를 스치면 그때 기억이 살아나 미소 지어진 이 밤’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향기마케팅의 구체화를 통해 사시사철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강원도가 노래 속 가사처럼 좋은 향기로 덧입혀져 모두에게 미소 지어지는 추억의 여행지로 더욱 각인되어질 수 있다는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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