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출신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 화백과 그의 예술혼을 계승하고 있는 아들 박성남 작가가 한 공간에서 조우하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두 세대 간의 대화 – 박수근(父), 박성남(子)’ 전이 다음달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DB금융센터 알파클럽 27층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세대를 잇는 두 작가의 예술적 계보와 한국 미술이 어떻게 변주 왔는지를 시각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는 ‘가족’, ‘삶의 기록’, ‘한국적 미학’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돼, 관람객들이 세대를 넘어 예술적 유산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자연스럽게 비교하며 체감할 수 있게 했다.
아버지 박수근 화백은 화강암 같은 투박하고 독창적인 질감으로 전후의 가난과 서민들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내며 한국 근현대미술의 정체성을 구축한 거장이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중앙공보관에서 열린 아버지의 유작전을 계기로 붓을 들게 된 아들 박성남 작가는 아버지의 그림이 품고 있는 위로와 생명의 메시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아들 박성남 작가의 아버지 ‘박수근 이어그리기’라고 부를 수 있다.
박 작가는 현대인의 외로움과 단절, 개인 내면에 깊이 파고든 혼돈과 공허를 캔버스에 담아내며, 이를 위로하기 위한 메타포로 부자(父子)를 의인화한 '달항아리' 연작을 선보인다. 박수근 화백 특유의 먹먹함과 굳건한 돌의 질감은 아들의 붓끝을 거치며 고요한 흰 달빛과 서늘한 픽셀, 부드러운 빛 등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여과돼 나타난다. 1950~60년대의 시대적 상처를 서민의 초상으로 치유하려 했던 아버지의 시선과, 현대인의 상처 위에 위로의 빛을 비추려는 아들의 시선이 절묘하게 맞물리는 것이다.
전시는 시대적 상처를 서민의 일상으로 치유하려 했던 박수근 화백과 21세기 현대인이 겪는 외로움과 단절, 내면의 혼돈과 공허를 직시하고 있는 박성남 작가가 나누는 ‘무언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화강암처럼 거칠고 투박한 질감(마티에르)과 흙냄새 나는 모노톤으로 대표되는 박수근 화백의 화폭이 아들의 캔버스에서 ‘고요한 흰 달빛’과 ‘서늘한 픽셀’로 변주된 것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특히 무거운 짐을 진 여인들의 고단함(아버지의 시선)이 고요한 달빛 아래서 쉼을 얻도록(아들의 시선) 이끌며, 관람객들이 각자의 짐을 내려놓고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치유의 성격까지 보여주고 있다.
박성남 작가는 “많은 분들이 와서 우리 부자의 대화를 밀레의 '만종' 기도처럼 들어주시기를 바란다”며 “각자의 상처를 조금씩 내려놓고 서로를 조금 더 보듬어 따뜻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 오프닝 리셉션 및 ‘작가와의 대화’는 오는 12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