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기록에는 ‘위선피화 오소감심(僞善被禍 吾所甘心)’이라는 문장이 전한다. “좋은 일을 했는데 화를 당한다면 달게 받겠다”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원래 이익과 손해 사이에서 흔들리기 마련이다. 바른 선택이 늘 보상을 부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해와 오해가 먼저 찾아오는 일도 다수였다. 그래서 이 문장은 세상의 모순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담담한 각오처럼 읽힌다. ▼역사 속에는 바른 일을 하고도 고난을 겪은 인물이 적지 않았다. 당대에는 손해였고 때로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주변에서는 굳이 나설 이유가 무엇이냐며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그래서 ‘착하게 살면 손해’라는 말이 예나 지금이나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그 까닭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권세의 이름은 흐려지고 불리함 속에서 내린 선택만 또렷하게 남는 경우가 많다. ▼지방선거의 풍경 속에서 이 오래된 문장을 떠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선거판에서는 계산이 빠른 선택이 유리해 보일 때가 많다. 눈앞의 표와 이해관계가 얽히면 원칙은 뒤로 밀리기 쉽다. 그러나 지역의 기억은 의외로 집요하다. 누가 편한 길을 택했는지, 누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는지.... 그런 장면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 회자된다. 당장의 손익과 시간이 남기는 평판이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순간이다. ▼결국 선거도 사람의 마음이 만드는 기록이다.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어명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엄흥도는 아들 셋을 이끌고 밤의 어둠을 뚫고 나서며 ‘위선피화 오소감심’이라 말했다. 그 한마디가 권세의 이름보다 오래 살아남은 것은 바로 그 결기 때문이다. 세상은 때로 선한 선택에 인색하지만, 그 선택을 기억하는 시간에는 의외로 관대하다.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유권자들이 바라보는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한 사람의 태도다. 오래된 문장 하나가 오늘의 정치에 던지는 질문도 바로 거기에 머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