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90만
국제일반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도와야" 트럼프, 틀린 주한미군숫자 거론하며 한국에 호르무즈 파병 요구 노골화

읽어주는 뉴스

실제 규모 2만8천500인데 4만5천 거론…주일·주독미군도 거론하며 "동참하길
미군주둔 韓·日은 압박감 더 커질 듯…미군감축·관세카드까지 거론될지도 관심

◇기자회견 진행하는 트럼프 대통령[AP 연합뉴스]

이란이 미·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맞서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한국 등을 재차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호위 작전에 동참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전쟁 와중에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의해 사실상 봉쇄되고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미국 내에서조차 정치적·경제적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자 다른 나라들에 더욱 적나라하게 손을 벌리는 형국이다.

특히 미국이 그동안 동맹·파트너 국가들의 안보를 지원했다고 강조하면서 동맹국, 특히 미군이 수만명 단위로 주둔 중인 한국과 일본 등을 지목해 파병 결단을 강한 어조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일본에 4만5천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에도 4만5천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독일에도 4만5천에서 5만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국의 미군 주둔 규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과 다르다. 주일미군은 5만명, 주한미군은 2만8천500명, 주독미군은 3만5천명 규모다.

현재 2만8천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병력을 크게 부풀린 데다 주일미군이나 주독미군 숫자도 사실과 달랐지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각국의 원유 의존도를 파병 정당화 논리로 내세운 전날까지의 태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모든 나라들을 방어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가 '기뢰 제거함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글쎄,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동맹 관계에 있는 이들 국가가 미국의 안보 지원은 받으면서, 미국이 이란군의 전력을 상당 부분 무력화한 상황에서도 군사적 협력에 주저한다고 지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도와야 한다"며 "놀라운 것은 그들이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몇몇 나라가 있는데, 곧 이름이 발표될 것이다. (반면) 앞장서 나선 나라들도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바다를 지나는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정상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서방 최대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 가운데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만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스타머 총리의 경우 그가 파병 요청을 한 자신에게 "내 팀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면서 총리로서 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에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국에 자국 안보를 상당 부분 의존해 온 한국과 일본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 언급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은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가 에너지 안보 위기에 놓인 데다 국방 측면에서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을 머리에 이고 있으면서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력에 도움을 받고 있다.

가진 지렛대는 최대한 이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한국의 상황을 십분 활용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와 2024년 대선 과정에서 심심찮게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공공연히 거론한 바 있는데, 이번에 한국으로부터 기대한 답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 등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장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제와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미국이 매우 점잖은 외교적 수사로 한국의 '협력'을 요청한 것인데, 이는 미국이 공식적인 파병 요구 절차를 밟은 것으로도 읽힌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선 루비오 장관이 이날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도 통화했고, 이에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전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전화로 중동 상황을 논의했다.

◇청해부대 (CG)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등을 보호해 달라면서 동맹국에 군함 파병을 요구한 건 지난 14일(현지시간)이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함께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을 지목하면서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이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건대'(Hopefully)라는 표현을 쓰면서 해협 봉쇄로 인해 원유 수급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주길 정중하게 요청하는 듯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압박은 날이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는 15일에는 2곳이 더 늘어난 7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으며, 이들 가운데 "긍정적 반응을 보인 국가도 있고, 관여하기를 꺼리는 국가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원받든 받지 않든, 우리는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다"라며 경고성 메시지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정도는 16일 더욱 강경해지고 노골적으로 발전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중동에 원유 수급을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국가들이 스스로 공급로를 안전하게 확보하길 촉구했다면, 이날은 미국이 그간 각국에 제공해온 '안보 우산'을 빌미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트럼프-케네디센터 이사회와의 오찬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우리는 원유 수입의 1% 미만을 이 해협(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지만, 어떤 국가들은 훨씬 더 많은 양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95%, 중국은 90%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여오고, 여러 유럽 국가도 상당한 양을 수입한다. 한국은 35%를 들여온다"며 "따라서 우리는 이들 국가가 나서서 해협 문제를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수치도 실제 상황과 일부 거리가 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입에 대한 의존도는 한국 62%, 일본 69%, 중국 49% 수준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는 한국과 일본이 20~30%, 중국은 25% 정도다.

미국의 경우 2024~25년 원유 수입량의 7% 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은 채 "우리는 끔찍한 외부 위협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줬지만, 그들은 그리 열의가 없었다"며 "그 열의의 수준은 나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와 함께 빠르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관여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호송 작전에 각국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곳을 통과하는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와, 미군 주둔 등 미국의 안보 기여 수혜 정도 등 크게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미군 주둔지라는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만큼, 미국의 파병 압박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째 이어진 대이란 군사작전과 관련해 "이란이 우리와 합의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우리 측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해선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많은 사람이 그의 신체가 심하게 훼손됐다고 말한다. 한쪽 다리를 잃고 아주 심하게 다쳤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도 말한다"고 밝혔다.

일부 외신에서 모즈타바가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첫날인 지난달 28일 '다리 골절'을 당한 것으로 보도했는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한쪽 다리를 잃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이란의 지도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세에 대해 "이것이 끝나면 유가는 매우,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다.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군사작전으로 이란 전역에서 군사·상업시설 등 7천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으며, 개전 초기에 비해 이란의 미사일 발사는 90%, 드론 공격은 95% 감소한 상태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3.17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공식적인 중동 파병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조 장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으로부터 파병 관련 공식·비공식 요청이 있었는지 질문을 받고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병 그 자체에 대해서는 미국 측과 논의가 있었느냐에 대해 저로서는 지금 현재로서는 답변드리기 참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언론에 보도되는 바와 같이 조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이슈와 관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SNS라든지 이런 것들에 주

조 장관은 "3월 25일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 회담이 있고 한국 등이 초청을 받았다"며 "아마 참석하게 되면 거기서 (루비오 장관과) 면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