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강원도 원주의 한적한 골목길, 이곳에는 보통의 노인복지센터와는 다른 움직임이 포착된다. “원주노인사회적협동조합(원사협)”이란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은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국가적 도전에 맞서 새로운 산업 모델을 실험 중이다. 대한민국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머지않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많은 이들이 이를 ‘국가 위기’라 진단하지만, 원사협은 달리 묻는다. 고령화가 과연 위기인가,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인가?
일본은 이미 1990년대부터 고령화를 단순한 복지 문제로만 보지 않고, ‘골드 플랜’을 통해 노인 시장을 산업으로 전환했다.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일본 전역에 2,000여 개 코스와 수백만 명의 참여자를 불러모으며 시니어 스포츠 산업의 대표주자가 됐다. 더불어 전국 1,300여 개의 ‘실버인재센터’는 70만 명 이상의 노인을 공원관리, 관광 안내 등 다양한 노동시장으로 연결하며 고령 인구를 경제 주체로 재편했다.
반면 한국은 오랫동안 기초연금, 공공형 일자리 등 지출 중심의 복지 정책에 머물렀다. ‘노인은 쉬어야 한다’는 문화적 인식 역시 여전하다. 이런 차이가 양국의 고령화 대응 구조를 갈라놓았다. 그러나 이제 한국에도 변화를 예고하는 조짐이 있다. IT 플랫폼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 모델로서 ‘파크골프 산업’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원사협은 파크골프를 단순한 레저 활동이 아닌 건강·관광·교육·일자리 등 다층적 산업 플랫폼으로 설계하고 있다. 파크골프 지도자, 코스 설계 전문가, 심판 및 이벤트 기획자 등 실질적 직업 교육 체계를 구축 중이며, 이는 곧 일자리 창출과 연결된다. 특히 ‘원더랜드 파크골프 프로젝트’는 3D 입체 코스와 스크린 게임 개발, 장비 전시장과 힐링 숙소까지 아우르는 복합 공간으로, 은퇴 이후 삶의 재설계를 꿈꾸는 시니어들의 새로운 터전이다.
신림면 계곡에 조성되는 ‘신의 정원’은 자연과 스포츠, 공동체가 어우러진 라이프 플랫폼이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고령자의 자립과 소통을 돕는 사회적 공간으로 계획되고 있다. 원사협 김본부장은 “시니어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의 주체”라며 “파크골프는 건강과 관광, 교육과 일자리를 아우르는 시니어 토탈 산업”임을 강조한다.
비영리 사회적 협동조합인 원사협은 특정 정치 세력과 무관하게 지역 시니어의 건강 증진과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힘쓴다. 무엇보다 외로운 노인이 없는 사회를 목표로 공동체 정신을 실천한다.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한국 사회가 부담 대신 기회를 선택할 수 있을까? 원주에서 시작된 이 작은 실험은 그 해답을 향한 발걸음이다. 언젠가 대한민국 파크골프 산업의 시작점이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원주였다고 기억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