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특별자치도 내 17개 시·군 기초단체장 대진표가 마침내 완성됐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역 일꾼 뽑기를 넘어, 지난 수년간 쌓여온 정치적 서사와 개인적 인연, 그리고 지역 발전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차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확정된 대진표 면면을 살펴보면 춘천의 ‘행정 전문가 격돌’부터 원주·평창·속초의 ‘운명적 리턴매치’, 그리고 영월의 ‘다자간 혼전’까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가장 이목을 끄는 곳은 단연 수부 도시 춘천이다. 현직 시장 출신 육동한 후보와 전 경제부지사 출신 정광열 후보의 맞대결은 단순한 선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도청사 이전과 캠프페이지 개발 등 굵직한 현안을 두고 강원자치도와 춘천시가 사사건건 충돌해온 역사가 이번 선거에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칫 과거의 감정 섞인 공방으로 흐를까 우려되는 만큼, 두 후보는 누가 진정으로 춘천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적임자인지를 정책으로 증명해야 한다.
원주와 평창, 속초에서 펼쳐지는 ‘리턴매치’ 역시 뜨거운 감자다. 특히 평창은 2018년 단 24표 차로 승부가 갈렸던 전례가 있고, 현재 1승 1패의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운명의 3차전’이라 불릴 만하다. 원주와 속초 또한 지난 선거의 근소한 차이를 극복하려는 도전자와 수성하려는 현역 간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 재대결은 후보들에겐 검증의 기회지만, 유권자들에겐 자칫 ‘봤던 얼굴들’의 식상한 정쟁으로 비춰질 위험이 있다. 과거의 패배나 승리에 집착하기보다, 지난 4년간 지역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냉철히 분석한 대안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
4파전이 벌어지는 영월의 상황은 더욱 복합적이다. 거대 양당의 공방 속에 현역 기초단체장의 무소속 출마와 조국혁신당의 가세는 선거의 불확실성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강원 지역에서 유일하게 단체장 후보를 낸 조국혁신당의 행보는 중앙 정치의 역학 구도가 지역 선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동해와 철원의 대결 구도 또한 흥미롭다. 소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신예들의 격돌과 전직 도의장 간의 ‘자존심 대결’은 지역 내 고질적인 갈등 구조를 타파할 것인지, 아니면 심화시킬 것인지를 결정짓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는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행정의 근간이다. 기초단체장은 막대한 예산 집행권과 인사권을 쥐고 지역의 지도를 바꾸는 자리다. 후보들은 과거의 ‘구원’에 매몰돼 감정 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인구 소멸 위기와 지역 경제 침체라는 거대한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들 역시 학연, 지연, 정당이라는 구태의연한 잣대를 버리고, 누가 진정으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는지를 엄중히 심판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강원특별자치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축제의 장이자 정책 대결의 정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권혁순 논설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