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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교육교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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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비어가는데 금고는 차오른다. 아이 울음이 줄어든 자리마다 재정은 되레 불어나, 남는 돈이 길을 잃고 헤맨다. 교육교부금이 딱 그 모양새다. 1971년 도입된 교육교부금은 현재 내국세의 20.79%를 시도교육청에 무조건 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교부금은 과거 재원이 부족했던 시기 교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저출생 현상으로 학생 수는 줄어드는 반면 세수는 늘어나면서 교육교부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비효율적 사업에 세금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학생 수는 513만명으로 2016년(602만명)에 비해 14.8% 줄었지만 같은 기간 교육교부금은 43조2,000억원에서 70조3,000억원으로 62.8% 급증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최근 초중고 교육에 쓰이는 교육교부금 제도의 개편 의지를 밝혔다. 한정된 국가 자원을 보다 효율적, 합리적으로 배분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당위성이 있다. 재정은 습관처럼 굴러가고 현실은 이미 다른 궤도에 올라섰다. 이 괴리는 더는 외면하기 어렵다. ▼오래된 제도는 때로 관성으로 버틴다. 학생 수가 줄어든 자리에 여전히 과거의 기준이 앉아 있다면, 그것은 안정이 아니라 정지에 가깝다. 넘치는 곳과 모자라는 곳이 갈라지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교실에는 여유가 생겼다지만, 다른 교육 현장은 숨이 가쁘다. 교육교부금이 쓰이지 못하는 대학교육과 평생교육 현장이 재정난에 시달리는 것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같은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온도가 흐른다. 균형을 잃은 재정은 결국 또 다른 불균형을 낳는다. ▼ 그렇다고 칼을 곧장 들이대는 일도 서투른 선택이다. 교육은 숫자로만 재단되지 않는다. 교실의 밀도를 낮추고, 낡은 시설을 바꾸고, 새로운 배움을 들이는 일은 여전히 돈을 부른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길이다. 흘러야 할 곳으로 흐르게 하는 설계, 그것이 빠진 채 숫자만 줄이겠다면 또 다른 왜곡을 남길 뿐이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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