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격적인 총격 시도가 발생한 가운데 사건 용의자 콜 토마스 앨런(31)이 범행 직전 가족에게 범행 동기와 표적을 기술한 성명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 뉴욕포스트의 26일(현지시간)보도에 따르면 앨런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를 범죄자라고 묘사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암살 타깃이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앨런의 성명에 따르면 앨런은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미국 시민이고, 나의 대표자들이 한 행위는 나를 반영한다”며 “나는 더는 소아성애자, 강간범, 반역자가 그의 범죄로 내 손을 더럽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말하면 오래전부터 그런 입장이었지만, 이번이 그와 관련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첫 번째 진짜 기회”라고 말했다.
앨런은 명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언급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은 암살 계획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포스트는 해석했다.
앨런은 “이 일이 있기 전에 학대당하거나 살해된 사람들, 내가 이 시도를 하기 전 고통받은 모든 사람, 그리고 나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후에도 고통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용서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보다 더 가까이 접근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면, 그 방법을 택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앨런은 범행 표적에 대해 “행정부 관료들(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제외): 그들이 표적이다. 우선순위는 고위직부터”라고 썼다.
비밀경호국(SS) 요원에 대해선 “필요한 경우에만 표적이 된다”며 가능하다면 인명 살상 없이 무력화할 것이며 그들이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텔 보안 요원, 경찰, 주 방위군은 그들이 먼저 발포하지 않는 한 표적이 되지 않을 것이고, 호텔 직원이나 기타 하객은 표적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또한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벽 관통력이 낮은 산탄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 거의 모든 사람을 뚫고서라도 표적에 접근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쓰면서 “행사에 참석한 사람 대부분이 소아성애자이자 강간범이며 반역자의 연설에 참석하기로 자발적으로 선택했으므로 공모자에 해당한다”며 일반 참석자들을 향한 잠재적 공격을 정당화하는 주장도 게재했다.
앨런은 성명에서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범행이 기독교적 가치에 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기독교도로서 (누가 네 오른뺨을 치면) 왼뺨을 돌려 대야 한다’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왼뺨을 대는 것은 자신이 억압받을 때”라고 반박했다.
이어 “나는 재판도 없이 처형된 어부, 폭격으로 숨진 학생도, 굶주린 아이도, 이 행정부의 수많은 범죄자에게 학대당한 10대 소녀도 아니다”라며 “다른 이가 억압받고 있을 때 왼뺨을 내미는 것은 기독교인의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압제자의 범죄에 대한 방조”라고 주장했다.
앨런은 ‘지금은 적절한(convenient) 시기가 아니다’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누군가가 강간당하고, 살해되고, 학대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피해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불편’(inconvenient)하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쳐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하며 자기 행동을 정당화했다.
앨런은 행사장이 위치한 워싱턴 힐튼 호텔의 보안이 말도 안 될 정도로 허술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 내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 이란 요원이었다면, 여기에 M2 기관총(Ma Deuce)을 들고 들어왔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장관 대행은 앨런이 행사 하루나 이틀 전에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포스트는 앨런이 범행 10분 전 성명을 가족에게 보냈고, 코네티컷주에 거주하는 앨런의 형제가 지역 경찰에 해당 성명을 신고했다고 전했다. 성명에는 콜 ‘콜드포스’ ‘친절한 연방암살자’ 앨런‘이라고 서명돼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자신의 행동이 기독교적 가치에 부합한다는 앨런의 주장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앨런의 범행 동기에 반(反)기독교적인 성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의 선언문(manifesto)을 읽어보면, 그가 기독교인을 증오한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은 증오를 갖고 있었다. 종교적 문제였다. 그건 강경하게 반(反)기독교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같은 날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는 해당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부상자가 나올 수 있었는데 얼마나 걱정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미친 세상(crazy world)에 살고 있다”며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나는 삶을 이해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을 포함해 이번까지 3차례 암살 시도에 직면했다. 첫 암살 시도였던 2024년 7월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유세에선 암살범이 쏜 총알에 귀를 다칠 정도로 위태로운 순간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이 이처럼 여러 차례 생사의 경계에 섰던 인물이라고 강조하는 동시에, 이번 사건 역시 반대자들에 의한 ‘정치 테러’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동기에 의한 암살 및 암살 시도 사건이 미국에서 빈발하는 데 대한 질문에는 “20년, 40년, 100년, 200년, 500년을 거슬러 올라가도 그것(정치 테러)은 항상 존재했다”며 “사람들은 암살당하고, 부상하고,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민주당의 혐오 발언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강력 사건을 회고하는 피해자와 면담하는 분위기처럼 진행됐다. 그는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회자와 함께 당시의 긴박함을 묘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행사장 밖으로 나가면서 “상황을 보고 싶어서 ‘잠깐만 내가 보게 해줘. 잠깐만’이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경호원들은) ‘바닥에 엎드리십시오’라고 했고, 그래서 나는 엎드렸다”며 “우리는 잠시 대기실로 갔고, 나는 가능하다면 행사를 계속하도록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사망)과의 친분 의혹이 제기되어온 본인을 염두에 둔 듯한 총격범 콜 토마스 앨런의 ‘이메일 성명’상 표현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반박했다.
앨런이 가족에게 범행 직전 동기를 설명하며 보낸 이메일 성명에는 “소아성애자, 강간범, 반역자” 등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읽히는 표현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자가 이메일에 등장한 해당 표현을 읽으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말을 끊더니 “나는 강간범이 아니고 소아성애자도 아니다”며 이를 “어떤 병든 사람의 헛소리”라고 일축한 뒤 “나는 완전히 무혐의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아성애자’라는 용어는 미성년자 성착취 등으로 복역하던중 극단적 선택을 한 엡스타인이 생전 한때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다는 점을 고리로 제기되는 의혹을 두고 사용한 표현으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아성애자’, ‘강간범’ 등 총격범이 사용한 표현을 진행자가 공개된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대로 읽은 데 대해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당신은 수치스러운 사람”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앨런이 만찬장 앞 보안검색 장소를 빠른 속도로 지나간 장면에 대해 “그는 45야드(약 41m)를 내달려 돌파했다”며 “마치 NFL(미국프로풋볼)이 그를 영입해야 할 것처럼 달렸다”고 농담했다.
이런 가운데 앨런은 현재 워싱턴 DC 북서부에 있는 경찰서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앨런은 현재 경찰서에 구금된 상태로 조사받고 있으며, 이날 중 워싱턴 남동부에 있는 구치소로 이송될 예정이다. 이어 27일 워싱턴 시내 연방법원에 출석해 판사 앞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 법무부 당국자들이 CBS뉴스에 전했다.
기소인부절차는 판사가 피고인에게 유무죄 여부를 묻는 미국의 형사재판 절차로, 앨런은 연방 공무원에 대한 공격 및 총기 발사, 연방 공무원 살해 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라고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이 밝혔다.
만찬에 참석했던 마이크 롤러(공화·뉴욕) 하원의원은 엑스 계정에서 만찬 전 리셉션이 열린 워싱턴 힐튼 호텔 건물 입구와 1∼2층에 신분확인 절차나 금속탐지기가 없었고, 투숙객들이 건물 대부분 구역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이번 행사의 보안이 허술한 탓에 앨런이 총기를 소지한 채 만찬장 인근까지 갈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웨이지아장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회장(CBS 기자)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의 현장대응이 “놀라운” 수준이었다면서, 이들이 사건 당시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만찬에 참석한 기자와 각료 등 다른 참석자들까지 보호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앨런의 만찬장 난입 과정에서 그가 쏜 총에 맞은 SS 요원은 방탄조끼 덕에 타박상을 입는 데 그쳤으며, 양호한 상태로 병원에서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