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통일교 측 금품 수수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5-2부(신종오 성언주 원익선 고법판사)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여사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6천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1개를 몰수하고, 2천94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추징금은 김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조사된 샤넬 가방 2개와 천수삼 농축차 가격을 합산한 액수다.
이번 형량은 1심의 징역 1년 8개월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다만 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15년에는 미치지 않았다.
항소심 판단의 핵심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판단 변경이었다. 1심은 이 부분을 무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10년 10∼11월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원이 들어 있는 증권계좌를 제공하고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를 맡긴 행위, 이 기간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주를 매도한 행위가 시세조종 가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김 여사가 이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49만8천670주에 대해 통정매매 89회, 가장매매 5회를 했으며, 3천85회 이상의 매매 주문을 내는 등 시세조종성 주문에 관여했다고 봤다.
다만 전체 시세조종 가담자들의 주식 보유 및 거래 현황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부당이득액은 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소시효에 대한 판단도 1심과 달랐다. 1심은 2010년 10월 21일∼2012년 12월 5일 이뤄진 것으로 공소장에 적힌 주가조작 범행을 시기별로 3개의 별도 행위로 나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일부 범행은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이 사건 시세조종 행위는 단일하고 계속된 범행으로, 일정 기간 이어진 만큼 포괄해 하나의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범행 종료 시점인 2012년 12월 5일을 기준으로 하면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에 기소가 이뤄졌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1년 1월 13일 블랙펄인베스트와의 정산을 거쳐 공모 관계에서 이탈했다고 보더라도, 다른 공범들이 시세조종을 2012년 12월 5일까지 계속했다면 그에 대한 죄책도 부담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산 이후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행위 자체는 시세조종으로 볼 수 없다는 1심 판단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해당 거래에 대해 “시세조종 세력의 범행을 용이하게 할 의사로 주식을 매수한 것이 아니라,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매수한 것”이라며 방조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통일교 금품 수수와 관련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1심보다 더 넓게 유죄가 인정됐다. 김 여사는 2022년 4∼7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 2개, 그라프 목걸이, 천수삼 농축차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 여사가 2022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첫 번째 샤넬 가방 1개를 받았을 당시에는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김 여사가 이른바 ‘묵시적 청탁’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이 부분까지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건진법사 전성배라는 별도의 전달 창구가 있는 상태에서 명시적인 청탁 내용이 없었던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가방 등을 받을 당시 청탁이 곧바로 명시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전제로 이미 묵시적 청탁 의사가 있음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에게도 여론조사를 제공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무상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약속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엄중한 지적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시세조종 범행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과 계좌를 제공하고 통정매매에 의한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음에도 죄책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고인을 포함한 공범들은 범행으로 적잖은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 국민은 대통령 배우자에게 대통령 못지않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고, 이는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막중한 지위에 비춰 결코 지나친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그 지위를 이용해 알선수재 행위를 했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질책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고 가담 기간도 비교적 짧은 점, 통일교 측에 먼저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고 공판은 법원의 허가에 따라 생중계됐다. 선고 뒤 김 여사 측 변호인은 취재진에게 “오늘 판결은 일부 정황을 확대해서 해석한 게 아닌가 싶다”며 “협의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 측은 상고 여부에 대해 “판결문을 받아보고 정리해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