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인은 삶을 하나의 긴 소풍이라 노래했다.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의 품에서 숨을 고르는 그 시간이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크다. 그런데 최근 강원특별자치도가 공직사회의 해묵은 관행을 털어내겠다며 들고나온 슬로건이 ‘강원 피크닉(P.I.C.N.I.C)''이라니, 그 발상이 사뭇 신선하다. 피크닉의 영문 철자마다 열정(Passion), 혁신(Innovation), 협업(Collaboration), 친절(Neighborliness), 포용(Inclusivity), 변화(Change)라는 가치들이 담겼다고 한다. 하지만 눈길이 더 머무는 곳은 ‘관행세탁소''라는 팝업 행사다. ‘간부 모시는 날''처럼 낡은 관행을 세탁기에 돌려 싹 지워내겠다는 의지다. 사실 공직사회는 수직적 문화에 길들여져 왔다. 거기에 공무원 개개인의 창의적 서사가 끼어들 틈은 좁았다. ▼18세기 중국 문인 원매(袁枚)는 강직함과 포악함, 온유함과 나약함을 구분할 줄 알아야 사람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조직문화도 마찬가지다. 권위가 곧 강직함이라 착각하고, 배려를 나약함으로 치부해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금 인구 150만 붕괴의 위기 앞에 서 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바람만 드나드는 것을 막으려면, 결국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체온이 살아나야 하지 않을까. 도청 공무원들이 소풍 가듯 즐겁게 일하지 못하는데 주민들에게 행복한 서사를 들려줄 수는 없다. 조직 내부의 비효율과 갑질을 걷어내는 작업은 단순히 분위기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강원특별자치도의 자치 역량을 뿌리부터 다지는 일이다. ▼말(言)의 파급력은 무섭다. ‘피크닉''이라는 슬로건이 한때의 구호로 소모되지 않으려면, 관리자들부터 스스로를 ‘대접받는 자''가 아닌 ‘함께 걷는 동료''로 재정의해야 한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하는 이들이 기적 같은 하루를 꿈꿀 수 있을 때, 강원특별자치도의 미래도 비로소 소풍처럼 경쾌해질 수 있다.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