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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6월 3일 이후에도 손을 흔들어줄 사람은 누구인가….선거철의 친절과 정치의 거리감 사이에서

읽어주는 뉴스

진재중 한반도해조류 포럼 준비위원장

출퇴근길 교차로마다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른 아침부터 후보자들은 허리를 깊이 숙인다.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90도로 허리를 굽힌 채 “잘 부탁드립니다“,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외치는 모습에는 어느 때보다 공손함과 절실함이 담겨 있다. 선거철이면 도시의 공기가 잠시 달라진다. 무표정하게 지나치던 거리에도 웃음이 생기고, 이름조차 몰랐던 사람들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바쁜 출근길, 잠시라도 눈을 마주치며 웃어주는 모습은 생각보다 따뜻하다. 누군가는 손을 흔들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이며, 또 누군가는 차창 너머 시민들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전한다.

선거철에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두고 보여주기식 정치라고 말한다. 선거 때만 겸손한 척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실제로 선거가 끝나면 거리에서 보이던 그 공손한 인사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시민들에게 허리를 굽히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높은 단상 위에 올라가고, 손을 흔들던 사람들은 민원인을 만나기 어려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출근길에 만나는 그 풍경이 한편으로는 반갑고, 또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지금 저 웃음은 얼마나 오래갈까. 저 공손함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될까.
6월 3일이 지나면 거리 위의 저 사람들은 다시 시민들 곁으로 남아 있을까.

생각해보면 선거철의 풍경은 참 아이러니하다. 평소에는 시민들이 정치인을 찾아가지만,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찾아온다. 평소에는 주민들이 인사를 건네야 했던 사람들이, 이 시기만큼은 먼저 허리를 숙인다. 정치가 결국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선거철은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어쩌면 선거철은 정치의 본래 모습을 잠시 회복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도지사 후보든, 시장 후보든, 군수 후보든, 도의원, 시의원후보든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순간만큼은 모두 낮은 자세가 된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 해도, 최소한 그 시간 동안은 시민 앞에 서는 태도가 겸손하다. 시민의 눈을 바라보고, 손을 흔들고, 불편한 민원 이야기를 듣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면 웃으며 응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모습을 선거철에만 봐야 할까.

만약 당선된 이후에도 365일 시민들에게 이런 태도로 다가간다면 어떨까. 출근길에 만나는 시장이 먼저 인사를 건네고, 군수가 주민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도의원이 비 오는 거리에서 시민 불편을 직접 살핀다면 지방자치는 지금보다 훨씬 성숙해질 것이다.

정치는 거창한 연설이나 화려한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치는 결국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허리를 숙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마음까지 낮추는 일은 쉽지 않다.

선거철 거리에서 우리는 정치의 가능성을 본다. 시민 앞에 고개 숙이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국민 위에 권력은 없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잠시 확인한다. 그래서 시민들은 그 장면을 보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 진심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정치가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순간은 권위적일 때가 아니라 가장 겸손할 때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시민들이 원하는 정치도 거창하지 않을지 모른다. 어려운 정책 용어보다 먼저 따뜻한 인사 한마디,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생활 속 작은 불편을 해결해주는 일, 선거 때만 찾아오는 정치가 아니라 늘 곁에 있는 정치. 그것이 시민들이 바라는 지방자치의 모습 아닐까.

6월 3일이 다가오고 있다.
거리의 인사는 더 분주해질 것이다. 후보들의 미소도 더 밝아질 것이다. 교차로마다 이름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현수막 아래에서는 연신 허리를 숙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선거는 끝난다.

누군가는 당선되고, 누군가는 낙선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에도 꼭 남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금 거리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 겸손함이다.

비 오는 날에도 시민에게 손을 흔들던 마음, 바쁜 출근길 시민들에게 먼저 인사하던 자세,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했던 태도. 그것만 사라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

오늘도 교차로에서는 누군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이 선거철에만 있는 풍경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가 시민 곁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선거 이후에도 오래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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