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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초점]청정 강원의 맛을 빚는 보이지 않는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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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동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식품생명공학과 교수/강원대 누룩연구소장

강원도에서 발효산업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전통주와 크래프트 맥주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연간 수백억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개성 있는 지역의 원료와 스토리를 담은 크래프트 맥주는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철원 오대쌀로 빚은 라거, 강원 야생화 꿀을 활용한 미드(mead), 양양 연어 훈연향을 입힌 스모키 에일처럼 강원의 특산물과 결합한 크래프트 맥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지역 문화와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청년 창업자들이 소규모 브루어리를 운영하는 새로운 일자리 생태계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주 분야도 마찬가지다. 강원도 감자, 옥수수, 메밀 등 특산 작물을 원료로 한 증류주와 탁주는 이미 일부 양조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나, 품질의 일관성과 차별화된 향미 개발을 위해서는 지역 특화 종균의 확보와 지속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수한 종균과 체계적으로 설계된 양조 매뉴얼은 소규모 청년 창업 양조장이 재현성 있는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토대가 된다.

나아가 K-주류의 글로벌 수출 가능성도 높다. 일본의 사케,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벨기에의 수제맥주처럼 지역 테루아(terroir)를 담은 주류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강원도만의 청정 원료와 독자적 종균으로 빚은 전통주가 “강원 테루아“라는 브랜드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날을 기대해 본다.

강원도 발효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연구 기반이 필요하다. 그 중심 역할을 담당해야 할 곳이 바로 대학이다.

종균 연구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이다. 자연환경에서 유용 미생물을 탐색하고, 발효 특성을 평가하며, 안전성을 검증하고,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 수년이 소요된다. 대기업은 단기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기초 탐색 연구에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반면 대학은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으며, 동시에 대학원생과 연구원을 양성하는 이중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실제로 강원도 내 대학들은 청정 강원의 전통 발효식품에서 독자적인 미생물 자원을 발굴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 강원도 전역에서 채집한 전통 누룩, 산야초 발효물, 오염되지 않은 토양, 지역 특산 젓갈류에는 아직 학술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유용 미생물이 무궁무진하게 잠재해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연구하는 “강원 발효 미생물뱅크“ 구축은 대학이 주도할 수 있는 핵심 사업 중 하나이다.

나아가 대학-지역 기업-지방자치단체가 연계하는 ‘지·산·학(地産學)‘ 협력 모델을 통해 연구 성과가 지역 소규모 양조장과 발효식품 기업에 신속히 이전되는 ‘리빙랩(Living Lab)‘ 개념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수 종균 보급, 발효 공정 컨설팅, 품질 관리 지원 등을 통해 대학 연구가 지역 산업 현장에 직접 기여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강원도 발효산업 육성을 위한 제언

강원도 발효산업이 지속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발효산업의 핵심 소부장인 종균의 국산화·자급화를 위해 강원도 토착 발효 미생물 자원의 체계적 발굴과 보존이 시급하다. 고령화로 인해 전통 발효 문화를 계승해 온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면 그 귀한 미생물 자원도 함께 사라진다. 하루 속히 강원 각 지역에서 미생물을 수집하고 발효 미생물뱅크를 구축하는 사업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강원도 발효식품 전문 연구센터 또는 지역 발효 기업지원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개별 기업과 양조장이 갖추기 어려운 전문 발효 설비와 분석 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셋째, 청년 창업을 위한 종균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검증된 우수 종균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면 청년 창업자의 기술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질 것이다.

넷째,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의 기반인 대학의 발효 미생물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연구 지원과 인력 양성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강원도 발효산업의 10년 후 미래는 오늘 대학 실험실에서 밤잠을 설치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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