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의 새로운 4년을 설계할 민선 9기 도정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우상호 도지사 당선인이 지난 8일 발표한 인수위원회 인선은 한마디로 ‘파격''이자 ‘실용''이다. 우 당선인은 도정의 실질적인 청사진을 그릴 위원장에 김헌영 전 강원대 총장을 임명했다. 임명된 김 위원장은 강원대 역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총장이다. 재임 시절 탁월한 위기 극복 능력과 헌신성을 바탕으로 강원대를 거점국립대 취업률 1위로 올렸으며, 연구 중심 및 혁신대학으로의 도약을 이끌어 내 학내외에서 두터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민선 9기 핵심 공약인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산학(지자체·산업계·대학) 협력 생태계 구축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이 돌아오는 강원자치도를 만들기 위해 도내 대학, 지자체, 기업을 하나로 묶는 실질적인 청년 정책과 지역의 미래 비전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이제 강원인들의 시선은 인수위원회가 만들어 낼 결과물로 향하고 있다. 과거의 인수위는 흔히 ‘점령군''에 비유되곤 했다. 승자의 전유물로서 전임 도정의 흔적을 지우고,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장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우 당선인의 선택은 결이 다르다고 판단된다. 대학 총장이었던 김헌영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단순히 외연을 확장하는 차원을 넘어 강원자치도를 청년들이 찾아오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진영의 논리를 떠나 대학과 지역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사를 예우하고, 그에게 도정의 청사진을 맡긴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고, 도민 전체를 아우르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당선인의 진정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리는 과거 여러 자치단체에서 인수위 구성과 운영의 실패로 인해 초기 동력을 상실한 사례를 자주 목격해 왔다. 즉, 특정 파벌이나 선거 캠프 공신들로만 인수위를 채워 공무원 조직과의 갈등을 초래하고 정책의 현실성을 잃어버린 경우와 지나친 ‘도려내기''식 감사에 집중하다 정작 본연의 과제인 미래 전략 수립을 놓쳐 임기 초반을 허송세월한 경우다. 특히 인수위원이 고압적인 태도로 공직사회를 압박할 때, 행정 조직은 협조가 아닌 ‘복지부동''과 무사안일로 응수하게 된다. 이는 결국 도민의 행정 서비스 저하로 이어진다. 따라서 우 당선인이 인수위 사무실을 도청 별관에 마련해 효율성과 소통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점령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공직자들과의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행보여야 한다.
인수위가 당면한 가장 큰 숙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닦는 일이다. 당선인이 공약한 산업 육성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과 강원자치도의 실질적 내실화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서는 결코 이뤄낼 수 없다. 인수위는 4년이라는 짧은 임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주민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지속 가능한 정책의 기둥을 세우는 것이 인수위의 진정한 역할이다.
강원자치도라는 거대한 도화지에 인수위가 그려 넣을 풍경은 결국 주민의 일상이라는 가장 따뜻한 숨결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낡은 규제의 사슬을 끊어내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 그리고 청년들이 다시금 뿌리 내리고 싶은 터전을 만드는 일은 결코 차가운 구호가 돼선 곤란하다. 그것은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수놓은, 강원인 모두가 믿고 걸어갈 수 있는 진실한 지도가 돼야 한다. 이어갈 것은 잇고, 걸러낼 것은 사심 없이 제대로 걸러내야 한다. 과거를 철저하게 부정하기보다 그 노고를 껴안고, 그 위에 새로운 시대라는 새살을 돋게 하는 ‘중용의 미덕''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온기다.
이제 푸른 동해를 향해 막 돛을 올린 ‘우상호호(號)''는 마지막 순간까지 주민의 작은 목소리라도 가슴으로 크게 듣는 낮은 자세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인수위가 제시하는 그 길 위에서 주민은 내일의 희망을 발견하고 공직자는 헌신의 보람을 느낄 때, 민선 9기라는 항해는 비로소 강원인 가슴속에 깊고도 찬란한 감동의 기록으로 남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