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매일 깨끗한 수돗물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수돗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바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인해 받게 되는 재산권 행사 제한 등 각종 제약 때문이다.
횡성군은 원주시가 시민들에게 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 1987년에 원주시 소초면 장양리에 장양취수장을 설치하면서 시작된 오랜 규제를 하나 안고 있다. 바로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다.
장양취수장 상수원보호구역 현황을 보면 전체 면적은 7.6㎢로 이 가운데 6.0㎢가 원주 지역이고 나머지 1.6㎢는 횡성군 모평리, 반곡리, 묵계리, 곡교리 일원이다. 특히 이 조치로 수도법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의 경계로부터 상류로 유하거리 10㎞ 이내 지역의 공장 설립 등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됐다. 그 면적은 횡성군의 경우 40개 리 46㎢로 원주의 22개 리 42㎢보다 방대하다. 이에 횡성군민 사이에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원주시민 물 먹이기 위해 횡성군이 규제 속에 산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환경 문제가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물 문제는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수질오염이 심각해 시민들이 건강을 해칠 정도이고 오염원이 갈수록 늘어나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또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책과 실천의 내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역시 문제는 실천이다.
횡성과 원주의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무슨 어려움들과 씨름했는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횡성군과 원주시의 상수원보보구역 갈등과 비슷한 사례는 경기도 용인시와 평택시 간 갈등이 있다. 두 지자체 간 갈등은 지난 1979년 평택시 송탄취수장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취수원 상류 보호를 위해 상류 지역과 인접한 용인시 62㎢가 규제에 묶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상급기관인 경기도가 수질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두 지역과 수시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엉킨 실타래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45년 가까이 평행선을 달렸다.
이런 상황이 지난 2023년 정부가 용인 이동·남사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계획을 발표하면서 급변했다. 반도체 산업의 중추가 될 국가산단 건립의 중요성이 지역 갈등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었다. 평택시는 기존의 송탄 취수장 존치 입장에서 존치·조정·해제 검토로 한발 물러섰고 그 대안과 그에 따른 정부 지원책 등을 요구했다. 긴 갈등은 지난 2024년 4월 마침내 용인시와 평택시가 대체 취수원 마련을 전제로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횡성군과 원주시 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도 용인과 평택 간 문제와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개발은 규제를 받았고 해당지역 주민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취수원을 가진 지자체는 이런저런 이유로 요구를 거부했고 갈등은 점점 심화됐다. 횡성군민들은 원주시를 찾아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6·3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선 9기 횡성군정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장신상 횡성군수 당선인은 후보 시절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 후보, 구자열 원주시장 후보와 협약을 체결하고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선언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환경부와 원주시를 움직일 ‘3대 실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횡성군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해제는 오롯이 주민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이번에는 군민들이 체감하는 규제라는 빗장이 풀리는 변화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