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석탄산업전환지역 사회가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대표이사와 부사장 공모 절차가 면접까지 마무리된 상태이지만, 지역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특정 정치권 인사의 내정설과 하마평이 구체적으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를 비롯해 태백시 현안대책위원회, 그리고 강원랜드 노동조합까지 지난 10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강원랜드는 낙선 정치인의 재기 무대나 정치권의 전리품이 아니다”라며 강력한 반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11일에는 삼척 도계읍 번영회까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석탄산업전환지역 주민들이 분노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강원랜드라는 기업이 가진 특수한 태생과 역사성에 있다. 강원랜드는 국가가 수익 창출을 위해 세운 여타 공기업과 궤를 달리한다. 1990년대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인해 삶의 터전을 통째로 잃어버린 주민들이 생존권을 걸고 처절하게 투쟁한 결과물로 탄생한 기업이다. 즉, 석탄산업전환지역의 회생과 주민들의 눈물이 응축된 ‘생존의 보루''인 셈이다.
이처럼 숭고한 설립 정신을 가진 기업의 수장 자리가 정권 혹은 큰 선거가 끝날 때마다 공로를 챙겨주는 듯한 정치적 보은 인사의 단골 메뉴로 전락하는 것은 주민에 대한 모욕이다. 현시점에서 강원랜드에 가장 필요한 대표이사 자격 요건은 문화 콘텐츠와 관광 분야의 전문지식은 물론이고 거대한 공공조직을 이끈 경험의 유무이다. 강원랜드는 단순히 카지노 룰렛을 돌리는 곳이 아니다. 카지노를 축으로 호텔, 콘도, 스키장, 워터파크, 골프장 등을 아우르는 거대 복합리조트 기업이다.
게다가 글로벌 카지노·레저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며, 국내외 관광 트렌드 역시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산업적 특성을 전혀 모르는 비전문가, 오직 정치적 줄 대기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인사가 경영을 맡는다면 기업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 부메랑은 결국 지역경제와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강원랜드의 수익은 폐광지역개발기금 등을 통해 지역 환경 개선과 주민 복지, 대체 산업 육성에 재투자된다.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면 지역 살리기 재원 자체가 고갈되는 치명적인 구조다. 주민들이 “특정 인물을 겨냥한 반대가 아니다”라며 전문경영인 선임을 촉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정부가 지역의 들끓는 여론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강원랜드는 극심한 노사 갈등과 지역사회와의 반목이라는 거대한 수렁에 빠지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노조는 벌써부터 출근 저지 투쟁 등 최고 수위의 대응을 예고했고, 주민 단체들 역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당성을 상실하고 내부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대표이사는 강력한 경영 혁신과 지역 상생을 이끌어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