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장 견고한 기둥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보훈(報勳)''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기꺼이 자신을 던진 이들의 희생이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한다면, 어느 누구도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앞장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일 제71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발표된 보훈 정책의 구체적 이행 성과와 향후 과제들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보훈 국가로 나아가는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고 고무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충일인 6일 “보훈병원이 없는 강원과 제주에도 최선의 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보훈병원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6개의 보훈병원은 모두 수도권과 광역 대도시에만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강원이나 제주 같은 의료 소외 지역의 보훈대상자들은 고령의 몸을 이끌고 진료를 받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극심한 고통을 겪어 왔다. 국가를 위한 희생은 전국 어디서나 평등했음에도, 그에 대한 보훈 의료 혜택은 거주지에 따라 차별을 받아온 셈이다. 오는 8월20일 시행을 앞둔 국가유공자법 개정안에 따라 준보훈병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이러한 고질적인 접근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공모 절차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진행해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의 유공자들이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최선의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빈틈없이 준비해야 할 것이다.
위탁 의료기관의 순차적 확대 역시 차질 없이 이행돼 일상 속 보훈 의료망이 촘촘하게 구축돼야 마땅하다. 아울러 독립유공자 유족의 보상 범위를 넓히는 법안의 국회 통과와 참전유공자 배우자에 대한 생계 지원금 지급 등 1년 전의 약속들이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점은 국가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보훈은 말이나 구호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예산과 제도로 뒷받침되는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나아가 ‘현재의 영웅''들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은 점도 평가할 만하다.
군 장병과 소방관, 경찰, 해경 등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복을 입고 헌신하는 이들이 부족함 없이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과거의 희생을 기리는 것만큼이나, 현재 진행 중인 헌신을 당당하게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보훈은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국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엄숙한 의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