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40만
기고

[기고]선진국 교통관리체계 배워야 할 지자체

이철주 강원대 토목공학과 교수

관공서 대응 미흡

운전자 매너 불량

높은 사고율 반성

'인도양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휴양지 몰디브의 수도인 말레(Male)에는 도로에 신호등이 없다. 물론 차량이 많지 않고 저속으로 운행하니 보행자가 눈치껏 알아서 길을 건너면 된다. 특히 과거 찬란한 영광을 자랑하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해변도로를 건너야 지중해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차량들이 매우 고속으로 주행하는 그 도로엔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이 거의 없어 지중해 쪽으로 건너가려면 목숨 걸고 길을 건너야 한다.

인도 콜카타(캘커타)에서는 신호등의 색깔과 무관하게 알아서 요령껏 잘 건너야 한다. 현지인들은 길을 건널 때 다가오는 차량을 보지 않고 건넌다. 안 그러면 두려워서 길을 못 건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량과 보행자가 사고 없이 순조롭게 각자 제 갈 길을 가는 게 오히려 기적처럼 보일 지경이다.

위에서 언급한 곳들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무심히 흘려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한 일이 춘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강원대병원 입구 사거리의 교통신호등은 점멸등으로 돼 있다. 점멸신호는 통상적으로 통행량이 적은 도로나 심야시간에 많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곳의 차량 및 보행자의 수는 결코 적지 않다. 더욱이 출퇴근 시간에는 절대 양보를 모르며 호전적인 데다 불법주차 차량들 때문에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이로 인해 보행자들은 두려움을 느끼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으며, 보행자 가운데에는 환자 혹은 보호자가 많은데 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구매하러 이처럼 위험한 길을 건너야 한다. 운전자 혹은 보행자가 조금만 잘못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대단히 높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정상인가.

이에 얼마 전 관련 관공서 2곳에 전화를 해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으나 전화 받은 사람들이 해당 부서, 담당자 등을 운운하면서 필자에게 연락을 준다고 했으나 예상대로(?) 아무런 연락이 없다. 관련 부서에서 뭐라고 변명할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신호등이 설치되면 차량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게다가 강대원병원 교차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호등이 있으니 불가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매우 위험했던 강원대 공과대학 인근(일명 공대쪽문)의 횡단보도엔 2~3년 전부터 신호등이 생겨 사고위험이 거의 없다. 제발 시민의 입장에서 숙고해서 신속히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욕을 먹더라도 지면을 빌어 쓴소리 좀 해야겠다. 한국 사람의 운전 습관은 명백하게 후진적이다. 한국의 교통 관련 사회기반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시민의식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신호등 무시, 차선 변경 시 방향지시등 넣지 않기, 무분별한 경적 사용, 과속, 불법주차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국내 교통 설계 시 선진국의 발전된 교통이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데, 이는 한국 운전자의 잘못된 운전 습관과 관련된 요소들을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2015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100만명당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영국 및 일본과 비교해 각각 3.25배 및 2.4배 높다. OECD 국가에서도 최상위권이다. 제발 자신의 잘못된 운전 매너로 인해 타인이 불편함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법을 준수하고, 양보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아울러 관련 공무원들을 유럽이나 일본에 보내 선진국의 교통관리체계를 배워 와 이를 적극적으로 교통정책에 반영하길 바란다.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