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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일반

[대청봉]난생처음으로 투표하는 딸에게

정익기 속초주재 부국장

우리 아파트 주변에 벚꽃 가로수가 하얀 터널을 만들고 온갖 화려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봄의 한가운데 와 있구나. 지금쯤 친구들과 봄기운을 만끽하며 캠퍼스를 누비고 있어야 정상일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인강(인터넷강의)을 듣느라 집 안에 머물고 있으려니 좀이 쑤시겠네. 대학 개강은 물론 초·중·고교의 개학,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연기되고 각종 행사가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초유의 일이 생겼지.

일부에서 연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예정대로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돼 설레고 긴장된다고 했지. 이번 선거부터 투표할 수 있는 나이가 만 18세로 낮아져 2002년생인 고교 3학년 중에도 생일이 빠른 일부는 투표를 할 수 있게 됐지. 그럼에도 1999년생인 너가 이제야 동생 또래들과 함께 투표를 하게 됐으니 첫 투표가 좀 늦었구나.

공교롭게 아빠도 너처럼 대학 3학년이던 1988년에 치러진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단다. 내가 선택한 후보가 당선되는 기쁨도 경험했지. 그때는 요즘처럼 사전투표나 부재자투표 제도가 없어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고 할아버지가 계시는 본가까지 가서 투표를 해야 했단다.

총학생회에서 마련한 전세버스를 타고 단체로 고향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었지. 너의 첫 투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해서 몇가지 이야기를 하려는데 요즘 너희 또래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라떼는 말이야'는 되지 않도록 신경쓸 테니 잘 들어주기 바란다.

너도 알겠지만 흔히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 국민 모두가 국가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하면 좋겠지만 오늘날처럼 인구가 많고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대의제를 원리로 하는 간접민주제를 채택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야. 그래서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이 스스로 선출한, 대표자로 하여금 국민의 대표기관을 조직하게 하여 이 기관을 통해 국민의 의사에 따라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도록 하고 있지.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하나로 제24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 주변에 보면 “투표를 한다고 뭐가 달라져?”, “그 X이 그 X이지, 다 똑같은 X이야”라며 소중한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어. 그렇게 하곤 나중에 정치를 못한다느니 하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많이 봤지. 그런 사람들을 너희들 말로 '병맛'이라고 하나?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이다'라거나 '정치인들은 투표하는 유권자를 가장 두려워한다'라는 말을 들어봤지?

후보들의 화려한 언변에 휘둘리지 말고 그들이 쏟아내는 말들이 우리의 미래를, 그리고 나라 전체를 생각할 때 보탬이 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해 투표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후보들이 그동안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살펴보고 내세우는 공약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혹시 공약(空約)은 아닌지 등 꼼꼼하게 챙겨 보고 친구들과 토론도 하고 주변의 어른들에게도 물어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

이번에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다음 선거까지 4년간 우리에겐 그야말로 '흑역사'가 될지도 몰라. 국회의원은 우리들을 대신해 법률을 만들어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동시에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옛말을 명심하기 바란다.

우리 서로 치열한 고민으로 투표할 후보를 정한 뒤 주말에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을 함께 부르며 벚꽃 구경 드라이브를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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