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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확대경]그래도 새싹은 튼다

최상복 강릉교육지원청 교육장

또다시 개학이 연기됐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해야 할 학교는 적막감만 감돈다. 가르칠 학생을 맞이하지 못하는 교사의 허탈한 마음과 학교에 가고 싶어도, 친구들과 마음껏 뛰놀고 싶어도 함께하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져 줘야 할까. 어떤 아이는 새로 산 가방을 둘러메고 집 안에서 빙빙 돌고만 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을 때, 하루빨리 이 불안과 암울한 터널에서 벗어나고픈 마음 간절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교육계는 망연자실이랄까.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지혜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학생들의 건강한 학교 생활을 위해 강원도교육청에서는 학교별 인원수에 맞게 손소독제를 배부했고 마스크를 준비하고 있다. 200명 이상의 학교에는 열화상카메라를, 그 외의 학교에는 비대면 체온측정기를 배부하고 있다. 각 학교에서는 개학과 동시에 생활안전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며, 급식시간에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3교시 후 식사하는 학년과 4교시 후 식사하는 학년으로 나누거나 점심시간을 더 연장 운영함으로써 최대한 거리를 확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선생님들은 각 교과별, 학년별로 협의를 거듭하며 줄어든 시간에 맞게 학습내용을 재구성하고 자료를 수정하고 있다. 무심한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오고 있다. 만개한 목련은 홀로 교정을 지키고 있으며 벚꽃도 봉오리를 봉긋하고 있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나 밭농사를 하는 사람들도 흙을 뒤집고 고랑을 만들었으며 감자농사는 이미 시작됐다. 농사짓는 사람의 수준을 4단계로 나눈다고 한다. 하농(下農), 중농(中農), 상농(上農), 성농(聖農)이 그것이다.

하농(下農)은 풀을 기르고, 중농(中農)은 곡식을 기르고, 상농(上農)은 흙을 기르고, 성농(聖農)은 사람을 기른다고 한다. 농사를 잘 모르고 부지런하지 못한 농부의 밭은 풀(잡초)이 가득하고 농사를 알고 부지런한 농부는 자신이 기르고자 하는 곡식을 잘 기를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농(上農)은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알맞은 거름을 넉넉히 들이고 윤작해 좋은 땅에서 충실한 수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 보다 더 멀리 보는 성농(聖農)은 사람을 기른다고 한다. 농사를 짓는 것이나 국가와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나,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오늘이 고단할지라도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건강한 환경에서, 최고의 교육여건에서 자라나게 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강릉시에서는 12세 이하의 아이들에게 아동용 마스크를 별도로 구입해 모든 가정에 제공하는 등 각 지역마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은 그 사랑을 더 크게 나눠 줄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스한 봄기운을 받아 힘차게 솟아오르는 새싹을 바라보며, 어려운 시기에 서로에게 희망이 되고 서로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내주는 것이 또 다른 감염병 예방 조치임을 생각하며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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