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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일반

[피플&피플]“우리말 알아야 탈북주민들 남한에 뿌리내려”

김선배 전 춘천교대 총장

김선배(66) 전 춘천교대 총장의 가방에는 요즘 '동백꽃' '마당을 나온 암탉'과 같은 소설과 동화책이 들어 있다. 김 전 총장이 가방을 들고 매주 한 번씩 찾는 곳은 학교 인근 골목에 있는 '해솔직업사관학교'다.

그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을 위한 이 대안학교에서 4년째 국어교육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김 전 총장이 해솔직업사관학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앳된 10~20대 북한이탈청소년들이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하지만 뒤돌아서 또래끼리 주고받은 말은 북한말도, 남한말도 아닌 중국어였다.

김 전 총장은 “북한에서 어릴 때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엄마를 따라 탈북해 중국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중국어에 익숙한 아이들이 많다”며 “말은 곧 자기 정체성을 담는데, 아이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고 했다. 북한이탈청소년들은 한국 학교에 진학하더라도 기초학력이 안 돼 졸업을 포기하기 쉽다.

해솔직업사관학교는 30여명의 학생에게 기초학력부터 직업훈련까지 하고 있다. 김 전 총장뿐만 아니라 허대영 전 춘천교육장 등 14명의 전직 교육자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전 총장은 북한이탈청소년들을 1대1로 지도하며 한글 맞춤법뿐만 아니라 동화를 읽고 요약하고 자기 의사를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검정고시를 통과한 학생들이 나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김선배 전 총장은 “통일을 위해 거창한 계획이 난무하지만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우리 곁에 온 북한이탈주민들의 성공적인 남한사회 정착을 돕는 것”이라며 “특히 통일을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성공하도록 함께 힘을 모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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