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특집 - 창간 80주년 특별 인터뷰]한승수 "AI 통제할 국제 규율 만들어야··· '공장'보다 '머리' 필요한 시대 강원 성장 잠재력 무한대"

춘천 출신 한승수 유엔총회의장협의회 의장

한승수 전 국무총리 인터뷰. 박승선기자

"1988년에 내 인생의 가장 획기적인 사태가 일어났지요. 모든 걸 다 걸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 춘천 시민들이 저를 선택해주셨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기억하고 싶은 날이에요. 춘천 시민들의 지지가 저를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교수, 3선 국회의원, 상공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주미 대사, 경제부총리, 외교통상부장관, 국무총리, 유엔총회 의장, 유엔총회의장협의회(CPGA) 의장까지.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이력이라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그런데도 생애 가장 특별한 순간이 기억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곧장 고향인 춘천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던 그 때 그 순간을 꼽는다. 바로 춘천 출신의 한승수 전 국무총리이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세계를 누비며 국제질서와 평화협력에 힘쓰고 있는 한 전 총리를 지난17일 춘천에서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지역에서 근황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2009년에 총리에서 물러난 이후 국내 정치에는 전혀 관여를 하지 않고 대외적인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유엔총회의장협의회 의장으로 3년째 활동중이고, 또 하나는 민주국가의 대통령과 총리들이 모여서 만든 마드리드 클럽(Madrid Club)이라는 게 있다. 세계 민주주의 리더십 확산, 인류 복지 증진 등을 위해 활동하는데 여기 부회장으로도 활동한다. 올해 12월에 광주에서 관련 포럼을 하는데 관련 활동을 하느라 분주하다.

또 물과 재해에 관한 지도자전문가회의 의장을 2007년부터 하고 있다. 유엔사무총장 기후변화특사, 물과재해관련 특사도 했고, 관련해 이런저런 국제회의가 많다"

■ 잦은 해외 일정이 쉽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좀 바쁘긴 하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기보다는 아직까지는 그런일을 할 수 있는 경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까 내가 주로 활동을 하는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은 하려고 한다"

■ 지난9월 유엔총회 당시 유엔총회의장협의회 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지역사회에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요="유엔총회의장협의회는 역대 유엔총회 의장들이 모여서 국제적 문제라든가 유엔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문 기구이다. 올해가 유엔 창립 80주년이기 때문에 유엔총회 의장을 지낸 사람이 총 80명이 된다. 나 역시 제56대 유엔총회 의장을 지냈었다. 자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역량이 뛰어난 분들이기 때문에 모여서 여러 다양한 분야의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 인터뷰. 박승선기자

■해당 회의에서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기후변화 등을 화두로 던지셨는데요. 차기 의제는 어떤 사안을 구상중이십니까="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 전쟁 문제도 있지만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AI혁명은 5차 산업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자력을 통제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듯이 인류의 미래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는 AI도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유엔기구가 필요하다. 국제적인 규율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문제는 속도다. AI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런데 이를 통제할 국제기구를 만들려면 유엔총회 의결은 물론 미국이나 중국 등 강대국의 합의도 필요하다.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AI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서둘러서 한다"

■ 세계 각국이 가장 최우선으로 해결해야할 1번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그동안 평화를 유지하면서 세계 경제가 발전한 것은 WTO(세계무역기구)와 같은 기구가 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도 사실 WTO에 가입한 이후 성장했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WTO의 역할이 더 강화되길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자유무역이라는 것은이 전세계인들의 복지와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우리도 도움을 받았다. WTO 뿐 아니라 이런 성격의 국제 기구가 좀 더 제 역할을 하고, 영향력이 커져서 여러 국가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됐으면 한다"

■ 최근 국제 정세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을 중심으로 세계 평화 유지가 이뤄졌다. 물론 지역별로 전쟁들이 있었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유무역에서 멀어지는 조치를 하고 있어 걱정이 좀 된다. 다자주의를 배격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이 채 안됐기 때문에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원래 자유를 수호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과거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고,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칠 것으로 생각한다"

■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데요.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미국과 협상을 하고 있는 우리측 고급 관료들 대부분을 잘 알고 있다. 이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실력과 경험을 갖춘 분들이다. 당연히 국가를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에 참석한다고 하니 그 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 인터뷰. 박승선기자

■ 하나 하나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역할을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아시다시피 나는 서울대 교수를 20여년간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총리 및 장관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정치를 하지 않았더라도 아마 정부에서 일할 기회는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춘천에서 출마해 정치인으로 성장하면서 행정을 했다. 1988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때 서울대 교수를 그만두고 목숨걸고 선거에 임했다. 그래서 13대 국회의원이 됐는데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기억하고 싶고, 고마운 순간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가 내 인생의 가장 획기적인 사태다. 춘천시민들이 저를 선택해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서울대 교수 중에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사람이 나 이외엔 없다. 최초이자 유일한 기록이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 고향인 강원도에 대한 애정도 상당하십니다. 강원도의 미래 발전, 어떻게 이뤄나가야 할까요="강원도는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 강원도를 국가의 굉장히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산과 바다가 있고, 앞으로 남북 관계가 좀 나아진다면 강원도가 우리나라의 중심이 되어서 관광 뿐 아니라 부를 축적하는 지역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관광으로 끝나는게 아니다.이제는 공장이 아니라 머리를 필요로 하는 시대이다. 큰 도시에 살지 않더라도 여러가지를 할 수 있다. 강원도를 이끌고 있는 도지사와 시장군수,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잘 협력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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