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초점]강원마을공동체 사업의 진정한 성과

김대건 교수 강원대 행정학과

2020년 이후 강원특별자치도가 추진한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은 단순한 재정지원 사업을 넘어 지역 공동체 생태계를 재편하는 촉매 역할을 해왔다. 공모사업이 흔히 ‘1년짜리 외부 의존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그러나 「2025 강원마을공동체 운영 실태 및 자립현황」 자료에 의하면, 최근 4년간의 조사 결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2023년 선정 공동체의 활동 지속률은 92.7%이며, 전체 215개 공동체 중 절반 가까이 사업 종료 후에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공모 종료 후에도 공동체 60개(약 79%)가 별도 보조금 없이 자발적으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지속 여부가 공동체 내부 동력, 참여 기반, 지역 필요성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예산이 끊기면 활동도 중단될 것’이라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게 움직인다. 이들은 경제적 수익을 목표로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필요, 상호 돌봄, 관계 기반 문제 해결 등 공공적 가치에 의해 운영된다. 이는 공동체가 ‘경제적 자립’보다 사회적 생존력을 기반으로 지속된다는 실증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참여 기반도 크게 확장되었다. 최근 3년간 공동체 참여자는 6배 이상 증가했으며, 단체별 평균 참여 인원도 2021년 9.2명에서 2023년 18.4명으로 늘었다. 이는 단순한 양적 증가가 아니라 공동체 의식의 강화, 사회적 욕구 회복, 스스로의 문제 해결 욕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변화다. 이는 지역사회 내부에 사회적 연대 및 신뢰 자본이 형성되고 있으며, ‘공동체 기반 거버넌스’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 가치 환산 또한 눈길을 끈다. 2025년 기준 공동체 활동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약 26.76억 원으로 추정된다. 인적자원 환산 가치 13.92억 원, 공동체 유지비용 절감 8.56억 원, 공공서비스 대체 효과 4.28억 원이다. 연간 5억 원의 사업 예산 투입을 고려하면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금전적 효율성보다 돌봄 부담 경감, 갈등 완화, 환경·교육·문화 사각지대 대응 등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동체 활동은 행정이 해결하기 어려운 미시적 과제에 개입할 수 있는 주체적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지역마다 다른 돌봄·환경·교육·문화의 문제는 중앙집권적 행정으로 모두 해결하기 어렵다. 반면 마을 단위 공동체는 주민의 필요와 정동, 관계망에 따라 ‘니즈에 맞춘’, ‘곳에 맞는’ 해결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공동체의 성숙이 지역 문제 해결 역량의 축적임을 보여준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공동체 지속성은 행정의 공동체 활성화 정책 설계, 센터의 모니터링과 컨설팅,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와 공동 문제의식에 의해 강화되고 있다. 공동체는 행정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문제 해결의 주체로 기능할 수 있으며, 단순한 경제적 자립보다 공동체가 유지되는 사회적 리듬, 내재화된 규범, 주민 간 신뢰 구조가 중요하다.

따라서 공동체 공모사업의 핵심 성과는 ‘공동체의 내적 성장’, 즉 지역의 필요에 따라 지속되는 문제 해결 생태계를 만들어냈다는데 있다. 강원마을공동체는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내적 역량을 키워가고 있으며, 이는 사업의 가장 큰 의의다. 강원의 경험은 공동체 지속 가능성이 경제적 자립보다 지역의 필요와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구성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강원특별자치도와 18개 시·군은 공동체의 내재적 동력을 키우는 구조적 지원, 즉 관계 기반 자원, 교육, 네트워킹, 제도적 신뢰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 지속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공동체의 지속성과 내적 성장을 사회적 생존력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강원마을공동체는 행정의 ‘사업 대상’아니라 지역에서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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