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 시설농가들이 본격적인 영농을 앞두고 양액비료를 구하지 못해 한 해 농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중동전쟁 리스크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양액비료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있어 시설농가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오전 춘천시 신북읍의 한 토마토 시설농가. 양액비료 포대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창고에는 비료 25포대만 남아 있었다. 3,305㎡(1,000평) 규모 시설하우스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조한승(64)씨는 1모작에만 비료 130포대가 필요하지만 지난달 추가 재고를 구하지 못했다. 조씨는 “남은 비료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20일 정도”라며 “비닐이나 등유는 가격이 올라도 구할 수 있지만 양액비료는 재고 자체가 없어 구매가 불가능하고 대체품도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토마토 재배를 준비하던 최상원(22·양구군 해안면)씨는 비료를 구하지 못해 농사를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다. 최씨는 “비료업체 4곳과 지역농협까지 알아봤지만 물량이 전혀 없었다”며 “4월 중순 일부 비료가 들어와도 가격이 2~3배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막막해했다. 철원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정종학(38)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정씨는 “3월말부터 10월까지 비료가 필요한데, 4월 말까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중동전쟁 여파로 원료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비료업체들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농가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농업현장에서는 한 작기(한 해 중 작물을 심고 거두는 시기) 농사를 통째로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춘천농협 영농자재센터 관계자는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수급이 정상화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농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중동 리스크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달 31일 농가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2,658억 원 규모의 농업 분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번 예산에는 면세유와 무기질 비료 지원이 포함됐다.
박근호 강원도농업인단체총연합회 감사는 “자금과 재고 확보 여력이 없는 영세농과 창업농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시설 농가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