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트럼프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리가 핵 무력 바로 옆에 4만5천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바로 호응하지 않고 있는 한국에 대해 불만 피력
주한미군 대북 방어 부각하며 韓 비협조 주장…무역·안보협상 '청구서'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UPI=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이스라엘의 테헤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관리를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하도록 하겠다면서 파병 요청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 한국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검토까지 거론하는 와중이라 파병 요청이 곧바로 수용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한미동맹에 대한 모종의 '행동'으로 표출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다만 백악관은 해당 발언이 나온 연설 행사 영상을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가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악관이 공개했던 영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부활절 오찬 행사를 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로 얘기하다가 "유럽국가가 하게 두자. 한국이 하게 두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 바로 옆에 4만5천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했다.

'핵 무력'은 북한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가까운 곳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음에도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등의 요청에 한국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주한미군은 2만8천500명 안팎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부풀린 숫자를 거론했다. 미국의 기여를 과장하면서 상대의 비협조를 부각하는 특유의 화법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일본이 하게 두자. 그들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석유 90%를 가져온다. 중국이 하게 두자. 그들이 하게 두자"고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해협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한국을 거론한 점이 눈에 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과 한중일 등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을 했다가 호응을 얻지 못하자 지난 17일 "나토 도움은 필요 없다. 일본과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분노를 표출했으나 '한국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한국을 콕 집어 불만을 표출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바다를 지나는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 제기는 나토에 집중돼 왔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가 지난달 31일 보도한 인터뷰에서는 "나토 탈퇴를 강력히 검토 중"이라는 강도 높은 발언도 내놨다.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동맹의 안보에 기여하고 있는데 정작 미국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지 못했고 그에 맞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주둔을 거론하면서 사실상 북한을 거론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주한미군이 '북핵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한국을 돕고 있다고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 대한 압박과 병행해 무역·안보 문제에서 한국이나 일본 등에 대한 압박성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전쟁을 벌이면서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과잉 생산 및 생산역량', '강제노동에 의한 생산품 수입' 등을 문제 삼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생긴 상호관세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부활절 오찬 행사가 당초 비공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을 좀 더 편하게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백악관이 영상을 게시했다가 삭제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말고도 여러 나라를 줄줄이 거론한 상황이라 한국에 대한 불만이 실제적 조치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한국과 일본, 프랑스, 영국, 중국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이에 상의 없이 대이란 군사작전을 개시하고는 동맹국을 곤란한 상황에 몰아넣는다는 비판이 일었고 한국과 일본 등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해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2024.9.13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노력에 유럽 동맹국들의 참여를 종용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의 공격 이후 세계 에너지 교역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 해협을 지킬 연합을 구성해 유조선을 호위할 군함을 파견하라고 압박해왔다.

그러나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함정 파견이 불가능하다고 했으며 일부 국가는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FT 보도에 따르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서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구상인 '펄'(Purl)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협박으로 응수했다.

그 결과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과 캐나다 등 7개국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공동성명이었다고 관련 논의에 정통한 3명의 당국자는 FT에 전했다.

당시 7개국은 성명에서 "해협을 통한 안전한 항로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력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는 성격이었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뤼터(나토 사무총장)가 공동 성명을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트럼프가 펄,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전반적으로 철수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성명 발표 전 이틀간 트럼프 대통령 및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의 여러 통화에 참여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프랑스, 독일, 영국과 통화하면서는 유럽의 호르무즈 연합 참여 거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꽤 히스테리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고 다른 당국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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