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투입된 F-15 전투기와 A-10 공격기가 각각 이란군 공격으로 격추됐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개전 이후 미 군용기가 적 공격에 의해 격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수의 미국 언론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 공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이 3일 이란 남서부 상공에서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매체는 이 전투기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대공 사격에 맞았다고 전했다.
이란 매체들은 추락한 전투기 잔해 사진도 공개했다. CNN은 해당 잔해가 미 공군 F-15E 자료 사진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격추된 F-15E에는 2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이 중 1명은 추락 과정에서 비상 사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육지에서는 F-15E 좌석도 발견됐다. 미군은 수색·구조용 HH-60G 헬기와 연료 보급을 위한 C-130 급유기를 투입해 탑승자 1명을 구조했다. 구조된 인원은 비상 탈출한 승무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구조 작전 과정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미군 헬기 2대가 이란군 공격을 받아 일부 탑승자가 다쳤지만, 기체는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F-15E에 타고 있던 나머지 조종사 1명은 현재 실종 상태다.
미군은 실종자 구조를, 이란군은 신병 확보를 위해 각각 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양측이 모두 수색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자들은 NYT에 조종사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서부 코길루예·보예르아흐마드주 일대를 혁명수비대가 봉쇄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실종자를 찾아 넘기는 사람에게 현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도 국영매체 등을 통해 알렸다.
NYT는 소셜미디어에는 조종사 구조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미군 헬기와 C-130이 이란 남서부 상공을 저공 비행하는 영상이 올라왔고, 이란인들이 저공 비행 중인 헬기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장면도 공유됐다고 전했다.
이날 미군의 A-10 선더볼트Ⅱ 워트호그 공격기도 이란 호르무즈 해협 인근 게슘섬 남단에서 격추돼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 등 미국 매체들은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A-10 추락 사실을 보도했다. 단독 탑승했던 조종사 1명은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란군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국영방송에서 “적의 첨단 항공기 한 대가 게슘섬 남단에서 격추됐다”며 “기체는 헹감섬과 게슘섬 사이 페르시아만 해역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미군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AFP통신에 전했다.
그동안 미군은 이란의 방공망이 대부분 무력화됐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날 F-15E와 A-10이 잇따라 격추되면서 이런 주장에 대한 의문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미군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 한 대는 지난달 19일 혁명수비대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대공 사격에 맞아 비상 착륙했다. 지난달 13일에는 이라크 서부에서 작전 중이던 KC-135 공중급유기가 다른 공중급유기와 충돌해 탑승자 6명이 모두 숨졌다. 개전 초기인 3월 2일에는 F-15 전투기 3대가 쿠웨이트군의 오인 공격으로 추락했다.
특히 이번 격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향후 2~3주 동안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예고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격추된 두 기종의 구체적 임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위치를 고려하면 각각 이란 내 인프라와 호르무즈 해협 주변을 겨냥한 작전 중이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NYT는 이번 전투기 손실과 구조 작전이 미국에 군사적·외교적 부담을 안겼으며, 실종된 미국인이 포로가 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뒤 미군은 테헤란 인근 대형 교량을 공습으로 파괴했다. 또 이란이 미국 요구에 부합하는 합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예고한 대로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에 맞서 이란군도 개전 이후 처음으로 미 전투기를 격추하면서 여전히 저항 능력과 의지를 유지하고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개전 이후 공습을 통해 이란 해군·공군과 방공망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밝혀왔지만, CNN은 정보당국 분석을 인용해 이란이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드론 발사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 교전은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란 관영 파르스통신은 미국이 지난 1일 우방국 한 곳을 통해 48시간 휴전을 제안했지만, 이란이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연장한 이란 내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공격 유예 시한이 오는 6일 종료된다는 점에서, 이번 주말이 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와 전화 통화에서 이번 전투기 격추가 대이란 협상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이건 전쟁이다. 우리는 전쟁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보도 이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격추 사실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KEEP THE OIL, ANYONE?”이라는 짧은 문장을 올렸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이란 전쟁 이후 석유 확보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유조선의 원유를 동맹국들이 처리하라는 뜻이라는 해석이 엇갈렸다.
한편 NYT는 4일 이른 시간 테헤란에 강도 높은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현지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지 주민 골샨 파티는 “나는 지금 욕실에 숨어 있다. 공습이 너무 무섭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