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80만
사회일반

[카지노를 말한다](1)창립10주년 맞은 강원랜드

수매출액1조원 넘어서며 국내 대표 사행 산업 자리매김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강원랜드가 설립 10년을 맞았다.

기대반 우려반 속에 문을 연 내국인 카지노는 이제 고용인원 4,000여명에 순매출액 1조원을 넘어서며 경마에 이어 국내를 대표하는 사행산업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10여년전 생존권을 부르짖으며 대체산업을 이끌어낸 탄광근로자들의 눈물과 땀의 흔적은 카지노라는 거대한 용광로속에서 그 자취와 궤적을 잃고 있다.

더욱이 화려한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도박중독자 양산을 비롯해 더디게 진행되는 폐광지역의 경제회생, 비리랜드라는 오명, 지역의 강원랜드 의존성 심화, 악화되는 주거및 교육환경, 강원랜드 조직의 구조적 한계 등 파생된 문제점은 몸 이곳저곳의 종기처럼 점점 곪아가고 있다.

당장 치료를 위한 처방이 필요한데, 환자의 정확한 몸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진단조차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내국인 카지노의 독점적 지위를 규정한 특별법의 2차 연장시한인 2015년까지는 불과 7년밖에 남지 않았다.

폐광 지역민들의 ‘희망’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강원랜드의 빛과 그늘을 조망하는 기획시리즈를 싣는다.

고속성장 이면에 '비리랜드'오명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회의적 시각

늘어나는 도박 중독자도 아킬레스건

역사적인 3·3투쟁을 계기로 우여곡절끝에 설립된 강원랜드가 창립 10주년의 자축도 끝나기전에,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대검의 전방위적인 비리 수사를 비롯해 감사원 감사, 사행성통합감독위원회의 총량규제,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금폭탄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으며 10년만의 최대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창립이래 최초로 임원진 일괄사표에 이어 전무 및 상임이사 11명중 절반인 6명의 사표 수리및 계약 해지 사태가 벌어졌다.

또 검찰 수사끝에 본부장과 팀장이 뇌물수수 등 비리로 구속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민간업체및 지식경제부 사무관 관계자들도 구속되는 등 파장을 불러왔다.

전현직 국회의원들도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당초 검찰 수사가 의도했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은 없었던 걸로 일단락되는데 대해, 회사측은 ‘애초부터 가능하지도 않고, 그런 일은 없었다’는 해명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대로 조직이 각종 비리로 얼룩진데에 대한 자기반성이나 자기성찰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초기 검찰의 수사방향이 너무 크다보니, 오히려 현 비리상황이 작게 비춰져 소위 ‘물타기’가 됐다는 지적인 셈이다.

비단 강원랜드의 조직 내부의 비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회사는 근절 대책을 부르짖었지만 조직 자체의 내재된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는 이상 분명 한계가 있다는 자조섞인 얘기도 흘러나온다.

강원랜드가 최근 주창하는 ‘제2의 창업’도 외부에 비춰지는 ‘어젠다’그 이상의 실체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진단은 그래서 나온다.

강원랜드의 한 직원은 “상무급 등 임원진은 거의 대부분이 낙하산 아니냐”며 “승진과 부서이동 등 내부 인사시스템이 외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조직원들도 회사에 대한 로열티(충성도)가 떨어질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설립 10년이 지나며 강원랜드 임직원 자리는 정권 교체시 대표적인 전장의 전유물처럼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강원랜드는 컨벤션센터와 호텔증축, 워터파크 등 각종 시설투자를 통한 2015년이후의 4계절 종합휴양지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조직 내부의 대비책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 레저업계 관계자는 “하이원의 임금은 여타 경쟁회사에 비해 굉장히 높다.황금알을 낳는 거위 카지노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하지만 이쪽 업계 종사자들은 다 안다.레저쪽은 순이익률이 굉장히 낮다.곧 강원랜드의 독점적 권한이 무너진다면 구조 조정은 물론 임금 조정 등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정작 폐광지역 주민들은 회사 설립 10년이 지나며 강원랜드와 지역간의 연대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원랜드 설립 초기부터 지역운동에 관여했던 송재범전고한사북남면공추위원장은 “3,000여명의 강원랜드 직원들조차도 시간이 지나며 폐광지 경제회생이라는 회사의 설립 취지는 사라지고, 매출 신장 이익 극대화라는 민간회사의 경영논리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작 폐광 지역민들은 강원랜드 설립뒤 과연 지역경제가 회생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30여년간 광산근로자로 일한 박모(63·고한읍)씨는 “3,000여명의 고용효과라고 하지만, 정작 순수한 광산 노동자들의 자녀가 강원랜드에 입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카지노에서 발생한 부(富)의 분배 과정이 균형적이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날로 늘어나는 도박 중독자 문제도 강원랜드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지만, 총체적인 대안은 둘째치고 땜질식 처방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지노 앵벌이, 카지노 노숙자’들로 대변되는 이들에 대한 인식 개선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는 엄연한 지역사회 구성원, 또는 고한사북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고 있지만 ‘이중적 잣대’를 적용하는 모순된 행동도 개선할때가 됐다는 얘기다.

김세건강원대문화인류학과교수는 “지역 주민들은 카지노 노숙자로 대변되는 이들이 실제 고한 사북의 경제회생에 필수적인 존재라고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지역이나 강원랜드 회사 직원들도 이들에 대한 시선에 경멸과 깔봄이 깔려있는 상호 모순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폐광지 4개 시·군과 지역사회가‘자생력’보다는 강원랜드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 회사는 회사대로 지역사회는 지역사회대로 오히려 경쟁력을 잃을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최악의 상황시 강원랜드에 의존하는 ‘모 아니면 도’식의 사업 결정이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4계절 종합휴양지를 계획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주수입원은 카지노이며, 그 독점적 지위가 2015년 이전에라도 허물어질수 있는 상황”이라며“때문에 얼마남지 않은 시간동안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사실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정선=류재일기자 cool@kwnews.co.kr

사진=오윤석기자 papersuk1@kwnews.co.kr

관련기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