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리치바는 지도자의 지혜와 행정의 힘이 어떤 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살아 있는 역사이다. 기후와 법, 광활한 토지 등 우리 현실과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 다른 것은 행정의 가치, 사회의 가치이다. 저비용의 원칙에서 지혜와 창의성으로 이룩한 쿠리치바는 성과주의, 형식과 낭비행정의 귀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뿌리에는 자연을 다스림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하는 존재로 보는 공존의 정신이 배어 있다.
전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도시로까지 평가받는 오늘의 쿠리치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배우고 우리의 현실에 맞게 접목시킬 수 있는 지혜를 찾기 위해 원주시 방문단과 함께 지난달 20일 5박9일의 일정으로 방문했다. 공존정신으로 이룬 생명이 숨쉬는 숲속의 도심과 인간중심의 교통정책 및 자원재활용 정책을 중심으로 짚어본다.
■ 공존정신으로 이룬 생명이 숨쉬는 숲속의 도심
쿠리치바에는 생명이 숨쉰다. 숲속의 도시는 빌딩과 인간, 그리고 새와 나무를 비롯한 온갖 생물이 한데 모여 사는 공존의 공간이다. 나무도 새들도 둘러리가 아니라 주인이다. 인간과 함께 도시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34개의 공원과 숲은 300여종의 새들이 서식지로 자리했으며 인간과 함께 공원을 향유하고 있다. 설치류인 까삐바라가 서식하는 친구이공원과 아열대 밀림을 이루고 있는 바리구이공원 등 대표적인 공원들을 비롯해 모든 공원은 이미 동물들의 낙원이며 모든 생명체의 세상이다. 쿠리치바 도심에는 이렇게 예쁘게 조성된 대표적인 대규모 공원들도 눈에 띄지만 자연상태로 보존하는 곳이 더 많다.
하지만 지상 최고의 환경생태도시를 만든 정신은 도심에 흐르는 하천이 단적으로 보여 준다. 도심속 크고 작은 하천들이 하나같이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 유지되면서 하천 주변의 나무와 풀들로 자연상태의 녹지를 이루고 있다. 녹지율이 단연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돈도 들이지 않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녹지를 넓혀 가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있던 녹지도 콘크리트로 덮고 돈으로 녹지를 만든다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예산을 들여야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쿠리치바는 돈으로 녹지율을 높인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공존을 한다는 정신에서 풀어 나갔다.
상습 침수지에 건축을 금지하고 저류지 역할을 하게 하면서 아름다운 호수공원으로 만들었고 빈민층이 형성될 우려가 있는 녹지는 사전에 공원으로 바꿨다.
이런 정신은 가로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도시의 최대 중심가에 있는 가로수를 보면 가로수 밑동의 뿌리가 겉으로 그대로 드러나 있다. 너무나 자연스런 모습이고 이런 상태가 오히려 도심 미관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보도블록 및 건물과 조화를 이루면서 도시를 품격있게 장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도심 가로수를 보면 너무나도 크게 비교가 된다. 가로수 밑동에 철제보호판을 설치해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게 해놓고 있지 않은가. 그 시설물 비용은 얼마나 낭비인가.
여기에다 건축 사업자에겐 녹지를 확보하는 만큼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여 녹지가 필요한 사업자가 개인의 녹지를 현실적인 가격으로 사들이게 하는 쿠리치바만의 법이 또한 뒷받침되고 있다. 대전광역시 규모인 총435㎢의 면적에 공원을 포함한 녹지가 106㎢로 전체면적의 25%에 이른다. 시민 1인당 녹지면적이 55㎡로 WHO(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기준치 12㎡의 약 4.6배에 달하는 것으로 선진국에서도 유래가 없는 수준이다. 쿠리치바도 1971년에는 시민 1인당 녹지 면적이 0.5㎡에 불과했다. 쿠리치바시 환경부 소속의 환경기술사 길린씨는 “도시계획으로 지정된 녹지를 적정하게 확보하지 못하면 건축을 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녹지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인간 중심의 교통
인류문명 발전과 함께 해온 교통에 대한 정책도 쿠리치바에서는 저비용과 인간중심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자동차와 도로는 인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쿠리치바는 1970년대에 도심 교통난 해결을 위한 지하철 건설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자 세계 최초의 중앙버스전용차선제, 지하철처럼 미리 요금을 내는 원통형 정류장과 버스를 연결해 지상의 지하철로 불리는 굴절버스라는 독특한 교통수단을 고안해 냈다. 또한 한번 요금을 내면 시내 어디라도 갈 수 있도록 완벽한 환승시스템을 구축했다. 지하철 건설비의 100분의1 비용이 드는 이같은 대중교통 시스템으로 도심 교통난을 획기적으로 해결했다. 도심 도로도 일방통행으로 바꿨다.
간선도로 주변지역의 건폐율을 600%까지 허용하는 반면 간선도로에서 먼 지역은 저층건물만을 허용해 시민들이 도로를 따라 밀집토록하면서 자가용 수요를 줄였다.
현재 3중 굴절버스까지 시험 운행되고 있는 이 정책으로 지하철도 없이 자가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면서 도심 오염도 줄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도심 속에 길이 1km구간에 조성된 꽃의 거리도 그들의 행정 가치를 너무도 잘 반영해주고 있다. 1972년도에 차량 통행이 극심한 도심 상업지역의 차도를 과감히 차없는 도로로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주변 상인들이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환영을 했다고 한다.
자동차들이 이용하는 도로도 마찬가지다. 도심도로 조차 노면의 곳곳에 아스팔트가 파이고 갈라지는 등 상태가 나빠 심지어 비포장 도로를 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다. 도로경계석과 보도블록도 깨지고 나란히 정열되지 않고 빠져 나와 있어 한국의 말끔한 노면이나 완벽하게 규격화된 경계석 및 보도블록과 크게 비교가 된다. 쿠리치바시 행정의 가장 핵심적인 정신과 가치인 저비용으로 도시를 이끌어 가려는 노력이 모든 시행정의 손길이 닿는 곳곳에서 보인다.
쿠리치바시 대중운송교통공사의 실비야씨는 “버스들의 경우 브라질에서 많이 생산되는 대두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연료를 사용해 매연을 60%까지 줄이고 있다”며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참여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원 재활용
쿠리치바에서는 모든 것은 재활용되면서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으로서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도시행정의 철학과 가치를 보여주는 폐기물에 대한 자원의 순환 철학과 행정의 가치이다. 문을 닫은 채석장을 오페라 하우스로, 폐쇄된 시멘트공장은 지혜의 등대로 만들었고 이런 공공시설에는 어김없이 폐전봇대와 폐목재 등 폐기물을 재활용했다.
재활용품은 분리수거해 재활용하고 여기에 장애인과 극빈자들을 참여시켜 고용기회를 제공하면서 사회통합역할까지 하고 있다. 쓰레기 재활용률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는 것은 도심 빈민지역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재활용품과 식품을 교환해 주는 등의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 정책 덕분이다. 올바른 행정 가치를 위해서는 그 과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고민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모든 이해 당사자의 참여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오늘 쿠리치바를 만든 행정의 정신임을 또 한번 보여준다.
쿠리치바 도시계획연구소의 리아냐씨는 “환경문제를 비롯한 모든 것은 공무원은 물론 NGO까지 모든 시민이 참여해 의견을 내고 결정한다”며 “시민의 편의를 위한 정책에 최우선의 가치를 둔다”고 했다.
브라질 쿠리치바=김대중기자 kdjmoney@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