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독거노인 환자
1년 중 가장 쓸쓸한 날
퇴원 후 거처 등 마련 시급
췌장암을 앓고 있는 권종옥(64·춘천시 소양로)씨는 28일 강원대병원의 한 병실에 홀로 누워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많이 힘드십니까?”라고 묻자 권씨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서인지 갑자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3개월째 투병을 하는 동안 병원 밖에서 찾아온 첫 손님이 반가운 듯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권씨는 6·25 당시 고아가 돼 가족이 없다. 40여년 전 젊은 시절 만났던 부인도 결혼한 지 채 몇년이 지나지 않아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졌다.
이후 혼자 서울과 가평 춘천 등을 떠돌며 공공근로 등으로 생활해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지난 6월 심한 복통 때문에 찾은 병원에서 암이라는 병명을 알게 됐지만 권씨 곁엔 아무도 없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권씨의 치료비는 국가에서 지원한다.
하지만 투병 중 일을 하지 못한 탓에 한 달에 10만원의 방세가 일년 가까이 밀렸고 퇴원 후엔 갈 곳도 없다.
권씨처럼 병원에서 혼자 투병 중인 노인과 저소득층에게 명절은 1년 중 가장 쓸쓸한 날이다.
강원대병원의 경우 연간 150명의 저소득층 노인들이 최소한의 간병지원을 받으며 고독한 병실생활을 한다. 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가족과 떨어져 노인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2008년 11만2,064명에서 지난해 16만3,136명으로 30%가량 늘었다.
추석 소원을 묻는 질문에 권씨는 “병원 선생님들이 아니었다면 외롭고 울적해서 벌써 죽었을 것”이라며 “명절까지만이라도 병원에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혼자 계신 환자들은 마음이 약해진 상태”라며 “돌봐줄 분과 병원을 오가며 생활할 수 있는 거처 마련 등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