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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투자자 1명이 10만㎡ 논밭 사들였다

[골프장 조성, 무엇이 문제인가] (5)농지법-부동산 실명제

◇회사의 부도로 공사가 중도에 중단된 춘천의 모 골프장 부지 내에 기형적 형태의 묘소들이 남아있다. 토지 강제 수용과 주민 반대 등으로 이장이 마무리되지 않아 공사업체가 묘소만을 남긴 채 산과 농지를 절성토한 결과다. 김효석기자

사업체 부도로 1년째 방치되고 있는 춘천의 모골프장 공사현장. 임야와 농지 등을 절성토한 광활한 부지는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평평하게 조성된 부지 중간중간에 우뚝 솟은 높이 10~20m가량의 묘소였다. 강릉 최씨 모 문중 등 3~4개소가 이렇게 기형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강제 수용뒤 공사를 진행한 업체측은 묘소까지는 건드릴 수 없어 해당 부분만을 남겨둔채 산과 농지를 깎아냈기 때문이다. 사업자 측은 지난해 5월 전체 토지면적의 15%에 달하는 40여명의 주민 토지를 강제 수용했지만, 토지주는 여전히 반발, 이장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공사 도중 회사의 부도로, 이제는 어느 누구한테 하소연할 곳 조차 없다. 일부 토지는 담보 은행에 의해 경매가 진행 중이다.

농사 목적 이외 매입 불가에도 편·불법 동원

이행강제금 부과 안되고 탈세 가능성도 있어

■ 횡행하는 농지법 위반 = 해당 골프장을 비롯해 상당수 골프장 조성 과정에서 농지법과 부동산실명제 위반이 횡행하고 있다. 현행 농지법에는 농사 목적 이외의 논과 밭 등 농지 매입을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골프장을 지으려는 사업법인은 임야와 대지를, 농지는 개인이 사들이면서 편법과 불법이 동원되고 있다. 사업자 개인 또는 친인척, 회사 임직원 등의 명의가 사용된다.

춘천 모 골프장의 경우 155개 필지를 확인한 결과 임야와 대지 등은 골프장 사업 법인이, 전과 답은 사업 투자자인 개인이 54개 필지를 사들였다. 2006년에만 14필지 3만여㎡ 농지를, 2007년에는 22개 필지 3만여㎡, 2008년 18개 필지 4만여㎡를 매입했다.

10만㎡라는 대규모 농지를 1인이 구입한 것이다. 해당 토지 용도가 전과 답에서 체육용지로 넘어간 것은 2008년 10월. 최대 1~3년간 농사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다.

농사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시군은 이행명령을 내리고, 지키지 않으면 감정가의 2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한다. 1년간의 유예 기간이 있다. 때문에 해당 골프장의 경우 농지 구입 1~2년은 빼더라도, 2006년 구입한 농지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었지만 적용되지 않았다.

■ 농림부서 골프장 협의과정 허점 =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읍면 담당자 1~2명이 실태조사기간인 11월 한달간 수많은 필지에 대해 사용 용도를 꼼꼼히 확인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해당 면지역만 필지수가 78만 개소에 달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골프장의 관리계획 변경을 앞두고 진행되는 관련부서 협의때도, 농지 담당부서에서는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주무부서에서 협의가 오지만, 지번과 지목, 소유주 주소지만 나와있지, 토지의 매입 시점은 나오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골프장 인허가 중 농지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야할 농림 부서에서 제대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일부에선 현행 골프장 인허가 자체의 제도적 모순점을 지적한다. 권용범 춘천경실련 정책실장은 “현행 골프장의 주민제안서 제도는 체육시설로 용도를 바꾸는 도시계획시설의 입안을 시군(시장·군수)이 하도록 됐는데, 해당 시군이 농지법 위반을 제대로 심사할수 있겠느냐”고 했다. 춘천의 또다른 골프장의 경우 사업자에 대한 별건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농지법 위반이 거론되기도 했다.

■ 농지법 위반 토지 차액 60%중과세 = 또다른 문제는 농지법 위반에 대한 판단이 사업자 측의 탈세와도 연결될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 명의로 매입한 농지를 골프장 회사 명의로 다시 돌려야 하는데, 현행법에서는 토지 보유 기간중 80% 이상 실제 농사를 짓지 않았으면 매매때 양도소득세가 중과세된다. 차액 가운데 일반세율 6~35%가 아닌, 60%가 적용된다. 그만큼 지자체의 농지법 위반 점검이 중요하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시군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면 과세 자료가 남아 이후 양도·양수때 적용할수 있지만,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며 “더욱이 개인이 회사로 다시 토지를 넘길때 차액이 없다고 신고하면 60%중과세도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 또 “타인 명의를 빌린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은 법인의 대금거래내역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인할수 있지만,(처벌이 약하거나 광범위하다보니) 해당 사업자에 대한 사법기관의 다른 수사가 아니라면 쉽게 확인되지 못하는게 현실”이라고 했다.

류재일기자 cool@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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