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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여전히 호황 누리는 황금의 도시 - 위기를 기회로 만든 지우펀

[석탄 문화 세계유산화]
2. 지우펀에서 찾은 대만의 광산 유산
폐광과 함께 위기 맞았으나 '비정성시'로 기사회생
수려한 야경과 홍등으로 꾸며진 찻집으로 유명세
상인협회 차원의 자구 노력 및 마케팅 전략 긍정적 영향

산골짜기 작은 마을이었던 지우펀은 1890년경 금이 발견되면서 거대한 마을로 성장하게 된다. 진과스와도 가까웠던 이곳은 광부들의 먹자골목으로 형성됐고, 식당과 술집이 줄줄이 들어섰다. 하지만 폐광 이후 다시 한적한 마을로 전락,1989년 영화 '비정성시'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진은 지우펀 라오지에(老街)의 모습.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산골짜기 작은 마을이었던 지우펀은 1890년경 금이 발견되면서 거대한 마을로 성장하게 된다. 진과스와도 가까웠던 이곳은 광부들의 먹자골목으로 형성됐고, 식당과 술집이 줄줄이 들어섰다. 하지만 폐광 이후 다시 한적한 마을로 전락,1989년 영화 '비정성시'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진은 지우펀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예나 지금이나 이곳은 '대박'의 꿈을 안고 찾아오는 곳이지요. 금광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지우펀은 여전히 기회의 땅입니다"

대만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지역이다. 지우펀. 흔히 대만 타이베이 근교 주요 관광지 투어를 일컫는 '예스진지(예류-스펀-진과스-지우펀)'의 그 '지'가 바로 이곳이다. 120여년전, 금광으로 호황을 누렸던 진과스 마을 광부들의 휴식처이자 소비도시였던 지우펀은 이제 대만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전통시장이 하루 2만명 찾는 관광명소로=지난 9월, 꽤 많은 빗방울이 떨어지는데도 지우펀 시장엔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200여개 상가를 서성이며 땅콩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지브리 영화의 한 장면을 재연한 듯한 찻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약 2만여명. 내국인도 있지만 대다수가 한국과 일본에서 온 외국인들이다. 시내버스와 전철, 택시를 타고 한시간 넘게 달려 이 작은 산골 마을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인 관광객 하재연씨는 "일본과 닮은 듯 다른, 묘한 대만 특유의 매력이 있다"며 "무엇보다 뛰어난 전망을 보며 여유있게 차 한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원래 지우펀도 대만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시장이었다. 인근 초등학교의 학생수가 2,000명이 넘을 정도로 번성했던 지역의 중심 상권이다 보니 일상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 뿐 아니라 병원까지 갖춘 종합시장이었다고 한다.

지우펀이 규모있는 마을로 성장한 건 차로 10여분 거리의 광산이 있는 진과스 덕분이었다. 1980년대 진과스를 비롯한 허우통 등 곳곳에서 탄광이 발견됐다. 이 중에는 금광도 있었다. 석탄과 금을 캐기 위해 노동자들이 몰려 들었고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었다.

광부들은 일이 끝나면 지우펀으로 넘어와 하루의 고단함을 풀었다. 마땅한 상권이 없는 진과스와 달리 지우펀은 먹고 마시며 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호황은 100년을 이어가지 못했다. 1990년을 전후로 탄광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진과스는 물론 지우펀도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산골짜기 작은 마을이었던 지우펀은 1890년경 금이 발견되면서 거대한 마을로 성장하게 된다. 진과스와도 가까웠던 이곳은 광부들의 먹자골목으로 형성됐고, 식당과 술집이 줄줄이 들어섰다. 하지만 폐광 이후 다시 한적한 마을로 전락,1989년 영화 '비정성시'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진은 지우펀에서 금광 노동자를 형상한 동상.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산골짜기 작은 마을이었던 지우펀은 1890년경 금이 발견되면서 거대한 마을로 성장하게 된다. 진과스와도 가까웠던 이곳은 광부들의 먹자골목으로 형성됐고, 식당과 술집이 줄줄이 들어섰다. 하지만 폐광 이후 다시 한적한 마을로 전락,1989년 영화 '비정성시'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진은 지우펀 라오지에(老街)의 모습.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 상인연합회가 랭귀지 스쿨까지···자체 노력 = 폐광은 지우펀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일자리를 찾아 주민들은 외지로 흘러 나갔고 상권은 몰락했다. 더 이상 황금의 도시가 아니었다.

그러나 또 한번 기회는 찾아왔다.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셴 감독의 '비정성시'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영화의 배경이 된 지우펀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지우펀이 '황금의 도시'에서 관광지로 변신하게 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던 셈이다.

쉬 종첸 지우펀 상업지구개발협회 집행장은 "지우펀의 풍광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영화를 보고 실제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영화 개봉 직후 지금의 찻집거리에 처음 1호 가게가 생겼고, 야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유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우후죽순 들어선 찻집을 중심으로 어느덧 새로운 상권이 됐고 2001년엔 현재의 상권협회까지 출범했다.

상인들은 금광의 역사를 가진 지우펀만의 '스토리텔링'으로 국내 관광객들을 끌어모았다.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광부들의 동상이 옛 영광을 떠올리게 한다.

관광 규모가 커지면서 마케팅 전략도 고도화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여러 장면이 지우펀의 찻집거리와 쏙 빼닮았다는 입소문이 돌고, 아시아권에서 흥행한 한국 드라마 '온 에어'까지 방영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지자 시장도 국제화에 나선 것이다.

쉬 종첸 집행장은 "국내 관광객들에게는 폐광의 역사나 광부의 생활상, 아픔 등에 나름대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진과스 등과 연계한 탄광 마케팅이 통했지만 외국인들은 그런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며 "외국인들은 영화와 드라마 속 배경으로 지우펀을 접하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좋은 경치를 즐기고,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관광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고 말했다.

상인협회는 이를 적극 반영해 2007년부터 변신에 나선다. 상인들을 대상으로 협회 차원에서 랭귀지 클래스를 열고, 손님들을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등 국제적 예의범절을 교육했다. 덕분에 현재 지우펀 상인들은 기본적으로 4~5개국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판매하는 서비스와 상품도 달라졌다. 여전히 대만 고유의 음식과 수공예품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됐고, 품목도 한층 더 다양해졌다.

지우펀의 상징인 홍등도 상인협회가 주도해 걸었다. 야경이 유명한 곳인만큼 밤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많아 불을 밝힐 시설이 필요했는데 협회는 관리가 편한 전봇대 대신 홍등을 달자고 결정했다. 지우펀을 상징하는 빨간 홍등 거리는 이렇게 탄생했다. 회원사들이 일정금액을 차출하고, 관리도 협회에서 직접 한다.

쉬 종첸 지우펀 상업지구 개발협회 집행장.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산골짜기 작은 마을이었던 지우펀은 1890년경 금이 발견되면서 거대한 마을로 성장하게 된다. 진과스와도 가까웠던 이곳은 광부들의 먹자골목으로 형성됐고, 식당과 술집이 줄줄이 들어섰다. 하지만 폐광 이후 다시 한적한 마을로 전락,1989년 영화 '비정성시'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진은 지우펀 라오지에(老街)의 모습. 대만 신베이시=신세희기자

■ 있는 그대로의 지우펀… 불편해도 대중교통 타고 관광객은 온다= 대만은 대중교통이 잘 돼 있는 편이지만 지우펀은 다소 난이도가 높은 곳이다. 워낙 외진 산골에 있다 보니 타이페이에서 올 경우 전철과 버스 등을 여러번 환승해야 한다. 자동차를 가져와도 주차 공간이 부족해 불편하다. 그럼에도 관광객은 꾸준하다. 불편해도 지우펀이 주는 야경과 시장이 주는 매력이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차원의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베이시는 몰려드는 관광객을 위해 도로 확장 등을 고려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현재의 산길을 더 이상 넓힐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새로운 도로를 내는 것도 예산이 지형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대신 신베이시는 기존의 대중교통을 최대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지우펀으로 오는 버스요금을 50% 감면해주고, 기존 노선을 재편해 관광객들의 여행 경로를 주변 도시로 확장했다.

지우펀시장은 관광객들이 시장에서 좀 더 오래 머물면서 즐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실제 관광객들이 주로 다니는 곳보다 더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구역이 있음에도 이 곳까지 잘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장 상인협회측은 "시장 내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좀 더 추가하고, 여러번 방문해도 늘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동선을 개발해 홍보하려고 한다"며 "최근 쓰레기도 많이 늘었는데 이를 제대로 처리해야 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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