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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소설]세기의 사냥꾼<9845>

렌저 스미즈 ⑥

다음 날 아침 나이로비가 벌컥 뒤집어졌다. 3대의 트럭이 나이로비의 번화가에 들이닥쳤는데 첫 번째 차에는 피묻은 상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다음 차에는 10명에 가까운 시체가 있었으며 또 다른 차에는 포로가 된 밀렵자들과 살인청부업자들이 묶여 있었다. 그들도 역시 피투성이였고 얼굴이 울퉁불퉁 부어올라 있었다. 놀라운 일이 또 있었다. 시체들 중에는 코끼리 밀렵꾼 털보의 시신이 있었다. 전과 5범이며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또한 뒷골목 살인청부업자들의 두목인 애꾸눈 보비의 시체도 있었다. 보비의 심장에 총탄이 박혀 있었는데 구경이 좁은 여자용 라이플총에서 발사된 총탄이었다. 밀렵단속반원 중에서 그런 총을 가진 사람은 렌저 스미즈뿐이었다. 렌저 스미즈에게 암흑가의 총잡이들의 두목이 사살되었다는 신문보도에 나이로비 시민들이 크게 놀라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이 또 있었다. 렌저 스미즈가 나이로비 중심가에 장작을 쌓아 올려 놓고 몰수해온 상자 40개를 소각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그때의 상아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금값이었는데 그렇게 고가인 상아를 모두 소각해 버린다는 말에 많은 사람이 아까워했다. 돈 많은 무역업자들이 그 상아를 고가로 구입하겠다고 나섰는데 렌저 스미즈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밀렵 단속을 하고 있는 고급공무원들 중에도 상아를 그렇게 처분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처분하지 않고 그것을 공매해서 그 돈으로 야생동물 보호사업에 쓰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었으며 그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렌저 스미즈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 상아들을 소각하지 않으면 결국 그것들은 상아 암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위축되어 있는 상아 거래를 다시 활성화시킬 것이었다. 렌저 스미즈는 끝내 상아들을 소각했다. 수만 명이나 되는 시민이 그걸 보며 환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이로비의 치안 당국은 렌저 스미즈의 신변을 염려했다. 나이로비 뒷골목의 살인청부업자들은 그들의 보스가 살해되면 반드시 그 복수를 했다. 상아의 암시장을 움직이는 밀수업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경찰은 그녀에게 경호원을 붙여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그녀는 거절했다. 자기의 몸은 자기가 지키겠다는 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나이로비 경찰의 유치장에서 잠을 자면서 야생동물 밀렵자들의 배후 세력을 조사하고 있었다. 밀렵자들의 뿌리를 뽑겠다는 결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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