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80만
언중언

[언중언]어쩌다…

지식인과 대중을 잇는 '지식 커뮤니케이터'를 자처했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한 케이블 TV 방송 프로그램이다. '강연의 달인'임을 입증해 보이듯 수려한 언변·화술을 동원해 대중에게 지식을 흥미롭게 전달한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말에서 냉소적 비아냥을 직감할 수 있으니 이게 우리 사회 식견의 현주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어쩌다'는 '어찌하다'의 준말인 동사(動詞)다. '어떠한 방법으로 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과정을 지칭한다는 것이 사전에 나오는 설명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는 탄식을 어렵지 않게 접하는 세태여서 본래의 취지가 왜곡된 현상, 결과다. 평생 모아온 전 재산을 털어 넣고, 갖은 노력을 기울인 사업이 망조에 시달리게 된 처지를 '어쩌다'로 함축할 수 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고 했으니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늘공', '어공'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전자는 늘상 공무원으로 일했던 사람이고, 후자는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이란다. 아직도 공석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제외한 현 정부 국무위원 18명 가운데 대선캠프 출신이 아닌 순수 관료 출신은 경제부총리가 유일하다니 '어공'들의 위세를 읽게 된다. ▼가을 한가운데 들어서자 갖가지 축제·문화예술 행사가 넘쳐나고 있다. 계절에 순응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은 여전한데, 예술가를 자처한 흔적은 시선을 머물 수 없게 하기 일쑤다. 겸허함, 숭고함은 차치하고 예술이 '졸속'으로 환치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탓이다. “나도 예술가야”라는 항변, 그 아우성이다. 정부·지자체 등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이 이런 결과를 보여도 되는지 의구심이 절로 든다. '어쩌다 예술인'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