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실명시스템을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 도입하기로 하면서 가상화폐 거래는 일단 숨통을 텄다. 가상계좌를 이용한 기존 투자자는 이달 내 마련되는 실명시스템으로 옮겨 투자할 수 있다. 신규 계좌 발급이 중단된 잠재적 투자자도 매매 수단이 생긴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투기성 자금이 몰렸고, 거래소들이 은행 지급결제시스템에 편승해 투자자들을 부추긴 탓이라는 정부의 판단은 그대로다. 그러나 청와대와 부처 간 엇박자로 야기됐던 가상화폐 시장의 대혼란은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그 책임(責任)을 따져 유사한 사태 재발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상화폐 정책은 정치·경제·사회에 큰 파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다. 투자자만 300만명이다. 최근 어디서나 화제가 될 만큼 큰 관심사다. 그런데도 대혼선이 일어난 것은 아무런 대응체계를 만들어 놓지 않았던 탓이다. 정부는 진작에 암호화폐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대응체계를 마련했어야 했다. 암호화폐를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핀테크의 핵심기술이다. 암호화폐를 화폐로 보느냐 마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미국 등에서도 허용하는 시장에 폐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리는 것은 성급했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도박 양상으로 번지며 사회적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적절한 조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10대까지 한탕을 노리고 있다니 더욱 그렇다. 국내 암호화폐 가격은 해외 대비 30%나 더 치솟았다. 투기와 거품이 형성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도한 거품을 빼고 거래 투명 장치를 만들어 암호화폐 급변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과세체계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매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획재정부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올해 세법 개정에 반영해야 한다.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 시장은 투자자를 보호할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었다. 무법천지가 될 수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시급한 것은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막을 적절하고도 질서 있는 출구전략이다. 가상화폐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고 거래소를 인가제로 바꾸면서 연착륙을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정교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혼란을 차단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