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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생물이야기]사랑을 하면 수염 더 빨리 자라 <1120>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하루에 0.27~0.38㎜씩 성장

밤·여름에 성장 속도 더 빨라

멋 나는 수염을 면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갓 면도를 한 털보사나이 얼굴에 풍기는 파릇한 수염 자국은 여성들에게 최고의 매력이라 한다!

아무튼 수염을 깎음으로써 얼굴이 곱살해져서 젊어 보이고 단정하여 남에게 우호적으로 보인다는 것인데, 죽음을 내일모레 앞둔 한 친구가 아침 면도를 꼬박꼬박 하는 걸 보면 그 짓이 버릇이고, 얼마나 본능에 가까운 행위인가를 느낀 적이 있다.

필자는 채집 떠나기 며칠 전부터 수염을 깎지 않으니 이는 강한 햇빛(자외선)을 받아 얼굴이 타는 것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우리 몸에 태어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그놈의 수염 깎기에 시간과 돈을 들이는지 모른다.

수염을 깎고 기르는 것도 시대와 종교에 따라 다르다. 또 텁석부리도 다 달라 히틀러(Hitler)의 얌체 수염, 카이저(Kaiser)의 위엄 있는 수염, 채플린(Chaplin)의 굴레 수염 등 다양하다. 게다가 콧수염만 기르는 사람, 턱에만 몇 가닥 길게 드리운 채수염을 한 사람도 있다.

수염은 하루에 0.27~0.38㎜씩 자라며 낮보다 밤에, 겨울보다 여름에 더 빨리 자라고,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남성이 더 빨리 자란다.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면 1년이면 30㎝가 넘게 자라 배꼽까지 내려 뻗으니, 그래서 사람의 실상(實像)은 머리가 무릎까지 치렁거리고 수염이 가슴팍을 덮은 꼴인데, 자꾸만 자르고, 깎고, 만지작거려서 허상(虛像)이 그만 돼버렸다.

'늙은이한테는 격에 맞게 수염이 있어야 어울린다'고 하듯 수염은 분명히 어른스러움을 나타내는 또 다른 상징물이다. 그리고 누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지 않겠는가. '오래 살면 맏며느리 얼굴에 수염 나는 것 본다'하고 '손자 턱에 흰 수염 나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누굴 막론하고 장수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자식은 수염이 허얘도 첫걸음마 떼던 어린애 같다'고 하니 부모 마음은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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