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살 최연우'라는 한국 소녀를 세계에 알린 것은 강원도였다. 강원도는 지난달 10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열린 2024동계청소년올림픽(Youth Olympic Games·YOG) 유치 대표단의 프레젠테이션(PT) 자리에 그를 4번째 연사로 올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깜찍한 어린 소녀가 전 세계 IOC 위원 앞에서 주눅드는 것도 없이 진솔한 말과 담대한 태도로 위원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강릉 출신으로 해람중을 졸업하고 현재는 안양예고 진학을 앞두고 있는 최양을 지난달 16일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동계유스올림픽 PT참여 소감은
인터뷰 요청 쇄도 아직도 어안벙벙
유명 PT 연사분들과 한 무대 영광
발표와 영어 모두 잘하는 비결
어릴때부터 무대 서본적 많아 도움
해리포터 영화 좋아해 수시로 시청
향후 진로와 활동에 대한 포부
올해 안양예고 연극영화과에 진학
유스올림픽때 자원봉사 참여했으면
■국내외에서 깜짝 스타가 됐다. 시간은 좀 지났지만 소감은 어떤가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유치 대표단 일원으로 스위스 로잔을 다녀온 뒤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기분이 얼떨떨하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하고 믿기지 않는다. 당시 PT연사들 모두 정말 유명한 분들이라 그분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 PT 중에 실수해 누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PT 후 너무 많은 기자분이 저에게 질문하셔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하고 어리둥절했고 송구스럽기도 했다.”
■PT 연사로는 어떻게 선발됐나
“강원도에서 유치 PT를 위해 도 출신 청소년을 찾는다는 공문이 교육청을 통해 학교로 내려왔는데 학교에서 추천해줬다. 그래서 제가 영어로 말하는 동영상을 유치단에 보냈는데 (선발)됐다고 하더라. 구체적으로 왜 제가 선발됐는지는 잘 모른다. 시험을 본 게 아니라서.(웃음) 다만, 중3 여학생 중에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고 영어를 잘 하긴 하되, 현지인처럼 아주 유창하게 쓰지 않는 청소년을 찾았다는 얘기는 나중에 들었다.”
■부모님이 처음에는 연사로 나가는 걸 반대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부모님은 제가 강원도 청소년을 대표해 PT연사로 나가는 것은 좋지만 혹시 그 과정에서 상처 받지 않을까 걱정하셨다. 하지만 저는 이 기회를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을 설득해 지원하고 PT연사를 뽑는 영상을 보냈는데 운 좋게 선발됐다. 그런데 막상 스위스 로잔에 가보니 정말 어마어마한 행사였다. 그때부터 떨렸고 왜 부모님이 반대했는지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
■발표 당시 떨리지는 않았나
“어렸을 때부터 무용과 합창, 뮤지컬 등을 하며 무대에 섰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아무래도 제가 뽑힌 것은 영어를 엄청 잘해서 뽑힌 것이 아니라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아 뽑힌 것 같다.(웃음) 발표 당일 날 아침에도 원고를 고쳐 실수하면 어떡하나 끝까지 긴장됐는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 무대를 즐겼던 것 같다.”
■중학교 교복을 입고 PT를 한 것도 화제가 됐다
“솔직히 의상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단정하면서도 귀엽고 점잖은 옷을 입으라고 해서 여러 옷을 골라서 사진을 보냈는데 다 퇴짜 맞았다. 그런데 제 모교인 해람중학교 교복이 정말 이쁘다. 그래서 교복도 보내봤는데 처음에는 안된다고 했는데 강원도를 대표하는 청소년이라는 이미지에 교복 이상이 없을 것 같아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영상을 보니 영어도 아주 잘하더라. 특별한 공부 비결이 있다면
“영어는 아주 어려운 전문용어 외에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하다. 학원은 제가 어릴 때부터 예체능을 좋아해 영어학원을 갈 시간이 없어 다닌 적 없고 집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영어를 익혔는데 특히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해 휴대폰에 저장해 놓고 수시로 봤다. 덕분에 해리포터는 배경음악만 듣고도 무슨 장면인지 맞출 수 있다.(웃음)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필리핀에서 4주 어학연수도 다녀오기도 했다.”
■언론보도 후에 댓글 때문에 고생했다는 것은 무슨 얘기인가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제 인터뷰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5% 정도가 칭찬의 글이었고 나머지 95%가 악플이었다. 너무 충격을 받아 기사를 보고 싶지 않았다. 보도내용 중에 '중2가 어떻게 올림픽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많았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강릉예총 소년소녀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평창올림픽 때 축하 공연을 했고 선수단 응원을 했다고 말한 것이 '자원봉사를 했다'고 표현되면서 논란이 됐다. 또 '외국에 한번도 나가지 않은 소녀'라는 보도도 오해다. 1년 이상 어학연수를 가본적이 없지만 중 2때 필리핀에서 4주 동안 어학연수도 받았고 2년에 한 번 정도 외국여행은 다녀왔다. 기사를 통해 잘못 알려진 부분을 해명하고 싶다. 꼭 오해를 풀어 달라.”
■올해 안양예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한다. 예고를 간 이유가 있나
“어려서부터 무대에 서는 것이 좋았다. 무용을 하면서는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즐겼던 듯 하다. 그런 경험이 이번 PT무대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도 뮤지컬 배우가 돼 무대에 서고 싶다. 춤도 추고 연기도 하고 노래도 부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지금부터 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강릉을 떠나게 돼 제가 사랑하는 바다를 늘 볼 수 없게 된 점은 아쉽다.”
■또 다른 꿈이 있다면?
“음…, 뮤지컬 배우 다음으로는 가수 아이유처럼 제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고 싶다. 가수를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제 휴대폰에 제가 쓰고 싶은 글을 많이 저장해 놨다. 중학교 때 강릉교육청 문학영재반에 다니면서 글을 쓰고 꿈을 꾸는 법을 선생님과 선배들에게 배웠다. 때론 무모해도, 인생에 도움이 안되더라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번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잘한 것도 아닌데 잘한다고 칭찬해주니 자신감이 생겼고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도 생겼다. 2024년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이 강릉에서 열리면 그때는 진짜 자원봉사자가 돼 돕고싶다.”
강릉=조상원기자·사진=권태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