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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간첩 낙인 3천여명 어민들 수십년째 고통의 삶

특별기획 - 감춰진 진실 '동해안 납북어부 간첩조작사건'

3,648명중 무죄 46명 불과

도내 158명중 절반 ‘구타·고문'

손가락질에 가족 극단 선택도

“국가가 이제라도 반성해야”

분단과 독재가 낳은 상처는 아직까지 아물지 않았다. 강원도 동해안 주민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납북어부 간첩조작사건. 총 3,648명의 피해자 중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인원은 46명에 불과하다. 3,000여명 이상의 어민은 여전히 그 고통을 안고 살고 있는 셈이다. 창간 76주년을 맞은 강원일보는 ‘납북어부 간첩조작사건'의 진실과 마주한다. 이는 피해자들의 명예회복뿐만 아니라 한 시대의 아픔을 극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피해자들이 새롭게 나오고 재판 결과가 나올 때마다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할 예정이다.

“북에 납치됐고 남에서는 고문과 폭행 후 간첩으로 몰렸습니다. 우리는 대립이 낳은 이중 피해자입니다.”

고성군 죽왕면에서 만난 안정호(66)씨의 외침은 납북어부들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게 했다. 1980년 우리 해역에서 북한 경비정에 납치된 후 254일만에 귀환했지만 결국에는 고문경찰 이근안에 의해 간첩으로 내몰려 고문과 처벌까지 감내해야 했다. ‘간첩의 가족'이라는 주변의 손가락질을 견디기 어려웠던 친형은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가정까지 잃었다.

이처럼 북에 의한 우리 어민들의 납치 행위는 6·25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 강원 동해안과 서해안 백령도 일원에서 빈번하게 벌어졌다. 정부 공식 기록에는 3,648명의 피해어민이 파악될 뿐 이들의 신원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나마 2005년 출범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법원 등을 통해 확인한 인원이 1,327명이고 그중 안씨처럼 신원이 파악된 인원은 660명에 불과했다. 이들 중 60%가 넘는 어부들이 강원 동해상에서 납북됐다.

이 사건이 더욱 비극적인 이유는 우리 해상에서 조업하다 국가의 보호를 받지못해 북으로 납치된 이들이 다시 남으로 돌아온 후 오히려 엄한 처벌을 받았고 일부는 폭행·고문을 받고 간첩으로까지 내몰렸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본보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로부터 입수한 강원도내 납북귀환어부 158명의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절반에 육박하는 75명이 우리 수사기관에 의해 구타, 70명은 고문을 당했다. 이들 중 진실이 규명돼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람은 단 46명뿐이었다.

피해자들은 지금도 울분을 토하며 국가의 진정 어린 반성을 촉구했다. 안씨는 “권력을 이용해 제일 못살고 못 배운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국가가 이제라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출범한 제2기 진실화해위는 납북어부 사건의 피해 접수를 진행, 진실규명 및 피해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특별취재팀=최기영·이현정·권순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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