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태봉학술회의에서는 태봉국과 철원의 문화유산을 주제로 태봉학회 회원 및 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학술회의는 태봉국 시기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유산을 미술사적 관점을 통해 분석하고 이를 통해 태봉국과 궁예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 강원일보사와 철원군이 주최하고 태봉학회가 주관한 2021 태봉학술회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발제자와 토론자 등 최소 인원이 참석, 지난달 22일 철원 한탄리버스파호텔 한탄강홀에서 개최됐다.
[기조발제]
“지역 불상들 물결무늬 옷주름 공통점”
△최성은 덕성여대 교수 '태봉지역 태봉시기 불교조각'=철원은 태봉국의 도읍이었으나 당시 불교문화재는 거의 전하지 않는다. 태봉국의 궁성이 있었던 풍천원에 있던 석등도 일제강점기의 흑백사진으로만 전할 뿐이다. 불상 역시 동송읍 마애여래상 정도가 알려져 있다. 태봉시대 불교미술에 대해서는 풍천원 석등을 중심으로 삼국유사 기록에 따른 치성광여래와 발삽사 소조상, 태봉시대 지배지역에 전해오는 철불과 석불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왔지만 현존하는 작품과 자료의 제약으로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철원, 포천, 강릉, 홍천, 영월 등 태봉국의 영향력 아래 있던 지역의 불상들은 물결무늬의 옷주름이 특징이다. 또 신체비례감에서도 공통적인 특징이 발견된다.
[주제발표]
조인성 "풍천원도성지 실측자료로 철원성 일면 확인"
오호석 "도피안사 유물 통해 태봉국 불교양식 유추"
조성금 "치성광여래불화에 당시 정치·사회상 담겨"
장성권 "풍천원석등 강릉 장인집단의 솜씨일 가능성"
김기주 "철원 노동당사 처음엔 인민위 건물로 지어진듯"
박진호 "철원도성 3D 모델링에 항공고고학 기술 활용"
△조인성 경희대 교수 주제발표1 '풍천원도성지 실측도'=일제강점기 산림법이 시행되면서 철원 국유림 경계도가 제작됐다. 이때 철원성의 도면도 함께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풍천원도성지의 실측자료는 한국전쟁 이전의 철원성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호석 단국대 박물관 학예연구사 주제발표2 '철원 도피안사 삼층석탑의 미술사적 검토'=현재 남아있는 도피안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명문을 통해 865년에 조성된 것이 틀림없다. 궁예가 철원에서 도읍을 세웠기 때문에 도피안사 불교 유물은 통일신라와 태봉국, 고려 등 시기에 따른 불교 양식을 비교검토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조성금 동국대 객원교수 주제발표3 '태봉과 당말오대의 치성광여래불화 연구'=고려사와 삼국사기의 기록을 기반으로 태봉 시기의 성수 신앙과 치성광여래불화를 살펴보면 태봉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반영돼 새로운 도상이 창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성권 단국대 초빙교수 주제발표4 '태봉의 불교조각과 철원 동송읍 마애불'=화려한 풍천원석등을 조성한 장인 집단은 분명 다양한 석조미술을 제작한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강릉(명주) 출신의 장인집단이 작업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기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주제발표5 '철원과 철원 노동당사의 건축적 특징'=철원 노동당사의 최초 건축은 강원도 인민위원회 건물로 지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노동당사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박진호 문화재 디지털 복원가 주제발표6 '태봉국 도성 메타버스 및 궁예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 개발'=태봉국 메타버스를 통해 태봉국 도성의 창건 시기부터 궁예의 활동 시기, 고려의 창건으로 도성이 버려진 시기 등 여러 시기를 서로 다른 메타버스 공간으로 제작할 수 있다. 이는 항공고고학을 통한 고지형 분석법과 철원도성 3D모델링 등을 통해 가능하다.
[토론]
이현수 “태봉국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연구시도 주목”
주수완 “동송읍 마애불 태봉시기 불상의 특징 지녀”
유기원 “노동당사 실제 건립목적 찾으려는 노력 계속”
안형기 “메타버스 구현 위해 투자·시간·인력 확보를”
심재연 “국가기관에 보관된 철원성 자료 조사 시급”
조경철 “치성광여래 신앙에 대한 집중적 연구 필요”
△이현수 불교문화재연구소 연구원=오호석 선생님의 도피안사 삼층석탑에 대한 문헌과 일제강점기 자료, 기존 연구까지 꼼꼼히 살피는 등 심층적인 분석이 흥미롭다. 태봉국은 901년부터 918년까지 짧은 기간 존속했던 나라이지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연구가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가 기대되는 연구 분야다.
△주수완 우석대 교수=‘태봉의 불교조각과 철원 동송읍 마애불’ 논문은 태봉 시기 불상 조각을 구별하는 방법과 그 역사적 배경을 밝히고 동송읍 마애불 역시 태봉 시기에 조성된 불상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태봉의 장인들이 당시의 유행과 다른 지역 석조물의 장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양식을 창안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기원 인하공전 겸임교수=노동당사는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지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학술적 성격의 연구는 2017년도에 진행된 등록문화재 기록화조사 사업을 통해 발간된 보고서가 거의 유일한 성과다. 노동당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노동당사의 목적으로 건립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고 복원에 있어서도 3층 마루 바닥 구조의 의문점도 짚어냈다.
△안형기 한국고고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메타버스를 활용한 태봉국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위해 해상도가 높은 새로운 항공·위성사진 등이 필요해 보인다. 메타버스 세계 구축을 위해 많은 투자와 시간, 인력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심재연 한림대 연구교수=풍천원도성지 실측도는 지적도를 근거로 작성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미지의 해상도가 떨어지고 재질 또한 파악하기는 어렵다. 국가 기관에 보관된 자료 조사가 시급하다.
△조경철 연세대 객원교수=치성광여래 신앙의 경우 당말오대의 불교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아직 완성된 내용이 아니라 후고려 치성광여래에 대한 구체적 설명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추후 논문이 완성되면 보충될 것으로 생각된다.
정리=김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