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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청봉]태극전사와 대한민국

이명우 사회부장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본선에 오른 32개 대표팀 선수들은 우승컵을 향해 90여분간 쉴새없이 달리며 굵은 땀방울로 그라운드를 적시고 있다.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선수들과 이변을 속출해 내는 '둥근 축구공의 기적'은 전세계인의 눈을 월드컵 무대로 모이게 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투혼도 돋보인다.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와의 경기에서 공중볼 경합과정 중 상대와의 충돌로 지난 2일 안와골절 부상에 따른 수술까지 받은 손흥민은 회복을 위해 최소 3~4주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소견에도 불구, 대표팀에 합류했다. 16강 예선 첫 경기인 우르과이전에 나선 손흥민은 상대팀 선수에게 밟혀 그라운드에 쓰러지기를 반복 하면서도 경기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90분 동안 태극전사들을 이끌며 '캡틴 손흥민'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손흥민은 지난시즌 빅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할 만큼 훌륭한 선수다. 그러나 손흥민이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영웅으로 인정받는 것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국가대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언제나 최선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비단 손흥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대표로 월드컵 무대에 나선 '태극전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이러한 태극전사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고 박수와 함께 응원을 보낸다.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는 단체응원이 펼쳐지고 있다. 찬바람을 이겨내고 거리에서 열리는 단체 응원에 나선 국민들은 강팀에 맞서도 결코 위축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환호하며 승리를 기원했다.

2002 한·일 월드컵때도 그랬다.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모든 광장에서 '붉은 악마'티를 입은 국민들이 지구촌이 떠나가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선수들과 함께했다. '아시아의 종이호랑이'라 조롱받고 "16강도 못 들고 탈락할 것"이라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축구 전문가들을 비웃듯 4강까지 오르는 신화를 창조했다. '월드컵 4강 신화'는 선수들의 열정과 투혼, 그리고 그러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뜨거운 열기가 하나로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2002 월드컵 국가대표 선수들의 4강 신화는 IMF 국제금융위기로 힘들어 하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꿈은 이루어 진다'는 희망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가져다 주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20년 전 처럼 태극전사들이 가져다 줄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가 어느때 보다도 절실하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며 물가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금리는 껑충껑충 뛰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추락은 '영끌족'과 '갭투자' 등에 나섰던 개미들과 서민들에게 또다시 혹독한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말로만 '민생'을 외치며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 집중하고 있는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실망은 이미 오래전이다. 설상가상 생떼같은 의 아들·딸 158명이 길거리에서 숨진 '10·29 이태원 참사'는 전 국민에게 슬픔을 넘어 분노를 안겼다. 마음둘 곳 하나 없는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그나마 지난 24일 강팀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투혼을 불사른 '태극전사'들이 국민들에게 위안이 됐다. 오늘(28일) 밤 10시면 가나와 2차전을 갖는다. 1차전때와 마찬가지로 전국 곳곳에서는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거리 응원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우리 대표팀이 가나 전과 남은 포르투갈전에서 모두 승리해 16강을 넘어 8강, 4강, 그리고 우승까지 차지하는 꿈을 꾼다. 하지만 승부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태극전사들의 투혼을 바라보고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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