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삼성이 경기 용인을 중심으로 ‘수도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에 공격적 투자를 결정하면서 강원도가 추진하고 있는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삼성의 이번 투자 결정은 효율성과 산업기반을 중시하는 ‘철저한 경제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만큼, 이제 막 반도체 사업 육성에 첫발을 내딛은 강원도가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반도체 전·후방 기업유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스템 반도체 국가첨단산업단지로 선정된 용인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이미 수년 전부터 투자를 하면서 자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 역시 300조원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삼성+SK’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파트너 기업을 갖추게 됐다. 또 삼성은 균형발전 측면에서 용인 외에 비수도권인 온양·천안에 반도체 패키지, 아산 디스플레이, 부산·세종 차세대 MLCC, 구미 프리미엄 스마트폰 및 전자소재, 광주 스마트 가전, 거제 LNG 운반선 등에 6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기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중공업 사업장이 소재한 지역이다. 삼성의 사업장이 없는 강원도는 비수도권 투자계획에서도 빠졌다.
반도체 산업은 제조 공장 뿐 아니라 장비, 소재 등 여러 협력사와 전·후방 기업이 산업 생태계를 이뤄야 한다. 더욱이 제조 공장 설립 초기에는 수율(Yield·결함이 없어 합격 판정을 받은 생산품)이 크게 떨어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기반이 없는 지역에 대규모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데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 반도체 산업기반과 경험이 없는 강원도가 생산 공장 유치에만 매달리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주와 수도권 메가 반도체 클러스터가 30~40분 거리라는 점에서 전·후방 기업을 대거 유치하는 일종의 틈새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주가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배후에서 설계와 장비, 소재, 인력 등을 제공하는 보급기지 역할을 맡는 것이다.
문규 한림대 명예교수(초고속반도체 설계 전공)는 “반도체 제조 공장 설립 후 수율이 안정되는데 5~10년이 걸린다. (기반이 없는) 강원도는 반도체 생산의 측면에서 수도권과 경쟁이 어렵다”면서 “반도체 센서, 설계 등 지적재산 분야와 인력양성 등은 굳이 수도권에서만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강원지역의 강점을 살리면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김석중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라도 차량용 반도체, 반도체 후공정 등 유치 가능한 반도체 관련 산업 분야는 다양하다”며 “지역 특성에 맞고 유치 가능한 우수 반도체 기업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