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9월부터 9개월 연속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의 ‘2023년 5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아파트가격지수 변동률은 0.27%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보다 낙폭은 줄었지만 누계치로 보면 올 들어 5월까지 5개월간 2.09% 떨어진 상태다. 아파트 값이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전세 시세가 보증금보다 낮아지는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깡통전세든 역전세든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높다는 점은 같다. 전셋값이 떨어져 신규 세입자 보증금으로는 기존 세입자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비중이 전체 전세 가구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세사기 충격파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역전세가 또 한 번 시장을 뒤흔들 쓰나미로 닥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전국 깡통전세 위험 가구는 올 4월 기준 16만3,000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5만6,000가구에 비하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역전세 위험 가구는 51만7,000가구에서 102만6,000가구로 2배가량 늘었다. 증가 속도는 깡통전세가 더 가파르지만 비중으로 놓고 보면 역전세가 더 심각하다. 전체 전세 거래 가운데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은 4월 52.4%다. 전셋집 두 채 중 하나는 ‘보증금 펑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는 거래 신고분만 분석한 것이어서 미신고분까지 감안하면 실제 위험 가구는 더 많을 수 있다. 높은 전세를 끼고 손쉽게 집을 사는 ‘갭투자’가 정점을 찍은 것은 2021년 상반기다. 이 계약의 만기가 올 하반기부터 속속 돌아온다. 깡통전세의 72.9%, 역전세의 59.1%가 내년 상반기 안에 만기가 끝난다. 도내 부동산업계에서도 역전세 물량이 하반기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한꺼번에 터지면 최근의 전세사기 못지않게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깡통전세와 역전세의 증가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 또 보증금 반환을 위한 주택 처분 등으로 이어지며 주택 시장에 대한 추가적인 하방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전세기한 만료 때 임대인이 돈을 구하지 못하면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갈등이 급증하고 역전세 매물이 매매 또는 경매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있어 부동산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전세 제도가 갑자기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집주인이 전세금 하락분만큼 여유 자금이 있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세입자들의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세입자들의 이동은 연쇄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전세금 반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집이 늘어나면 임대차 시장 혼란과 서민경제 파탄을 불러올 수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