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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혁순칼럼]영월~삼척 고속도 완공, 지금부터 더 치열해야

동서고속철도를 착공하는 데만 4반세기 걸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첨예하게 이슈화시켜
여야, 합리적 대안 갖고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강원도는 유사 이래 중앙정부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원의 보급처와 휴식처 역할을 해 왔다. 조선시대에는 궁궐의 목재와 석재 보급처가 됐었고, 1960~1970년대에는 석탄과 건축재 공급처, 1970~1980년대에는 시멘트와 각종 물의 공급처, 1990년대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는 식수 공급처와 수도권의 휴양지 역할 등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중앙정부로부터 자원 공급 역할에 대한 제대로 된 재정적인 보상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각종 규제로 묶인 땅을 풀어 주지도 않아 활용하지 못해 지역 발전은 점점 뒤처지게 됐다. 무공해 청정지역이라는 자부심 이면에 숨겨진 낙후의식이 미래의 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고 감춰지지 않는다.

그래서 강원도는 기이한 기록이 많다. 수도권 사람들 좋은 물 먹이느라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몇 푼의 물 이용 부담금으로 고개 숙여야 하는 도, 전국 최대의 군사시설보호구역과 접경지역을 안고 사는 도, 거기에 백두대간보호구역 및 상수원보호구역과 국립공원 등 자연보호구역을 합쳐 이중, 삼중으로 보호된 구역이 도 전체 면적보다 크다는 이상한 도, 번듯한 기업 하나 없는 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고 원주~강릉 횡단 복선전철 하나 놔 달랬더니 단선 추진으로 희롱당했던 도. 이렇게 된 이유는 역대 최고 통치자를 비롯한 정치하는 사람들 잘못 때문이다. 즉, 고른 발전을 위한 재정 투입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표수에 따라 재정을 투입하는 못난 판단에 기인한다. 그러나 강원도 내부도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성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원인들은 동과 서로 나뉘어 있고, 각종 선거 때 강원도는 항상 인심 좋게 적절히 표를 갈라 주었다. 그 결과 총선이나 지역 선거에서 그런 표를 얻어 당선된 역내 정치인들은 단결함이 없이 서로 백안시하고 따로 노는 모래알이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수십년 강원인들이 부담해 지킨 맑은 물 환경, 휴전선 안보, 석탄 에너지를 돌려받아야 한다. 그 방법으로 우선 영월~ 삼척 고속도로 조기 완공 문제를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첨예하게 이슈화해야 한다. 강원 남부권 주민들이 28년간 기다려 온 숙원사업, 영월~삼척 고속도로가 마침내 건설이 확정된 것은 반길 일이다. 5조6,167억원이라는 강원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자, 국내 최장 터널(약 14㎞)이 포함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문제는 착공과 개통 시점이다. 현재 설계 착수 후 2035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는 지나치게 늦은 일정이다.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기업 등이 힘을 모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조기 착공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연차 사업이기 때문에 해마다 정부 예산에 반영돼야 공사가 순조로워진다. 공청회, 서명 운동, 대정부 건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을 조성해 나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춘천과 속초를 연결하는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은 1987년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처음 제시된 이후 2017년에 노선 설계가 시작돼 2022년 10월18일에 착공, 2027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더욱이 이 사업은 강원인들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스스로 공약한 사업이었다. 우리는 동서고속철도를 착공하는 데만 4반세기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영월~삼척 고속도로 건설 확정이 그대로 완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기 완공을 위해 강원인들의 치열함을 바탕으로 각종 선거 때 선명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 지방선거라지만 우리나라 선거 체제에서 그 중심은 중앙정치권이 잡고 있다. 따라서 영월~ 삼척 고속도로 조기 완공을 위해 여야가 더 합리적인 정책적 대안을 가지고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오로지 강원인들의 피나는 노력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진짜 근육질의 몸을 만들려면 격렬한 운동으로 근육을 혹사시켜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근육이 찢어지고 망가졌다가 회복하면서 몸은 성장하는 법이다. 강원인들이 열정적으로 외연을 넓히고 단합을 통해 힘겹게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강원도는 성장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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