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거리 곳곳이 선거 열기로 가득하다. 출근길과 퇴근길마다 각 당의 유세 차량이 등장하고, 현수막은 바람에 펄럭인다. 마이크를 든 목소리는 아침부터 밤까지 멈추지 않는다. 반복되는 구호, 분주한 발걸음, 간절한 눈빛이 도시를 채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 외침에 무관심한 듯, 과묵한 모습으로 지나친다.그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괜히 무거워진다. 물론 일부는 고용된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거리 위에 선 이들일 것이다. 말이 없어도 그들의 눈빛과 표정에는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현실은 때로 씁쓸하다. 사상과 이념이 충돌하고, 피는 흐르지 않지만 언어의 칼날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때로는 선거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이 아니라,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싸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과도한 흑색선전은 국민의 피로감을 키우고, 정치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린다.
그래도 나는 내 방식으로 그들을 응원한다. 지지 정당이나 후보에 상관없이, 길가에서 고개 숙이며 손을 흔드는 이들에게 나도 창문을 내리고 힘껏 손을 흔든다. 의미 없는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외면당한 하루 속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 손짓 하나쯤은 기꺼이 내어줄 수 있다.비록 내 선택과 다른 후보일지라도, 나는 차별 없이 손을 들어 보인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고 원칙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원칙은 다름을 존중하는 데 있다. 우리가 각자 다른 꿈을 꾸더라도,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마음만큼은 같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마이크 너머로 내 차량 번호가 들려왔다.“1234 차량 운전자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짧은 인사였지만 마음에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그 순간, 우리는 정당이나 이념을 넘어, 같은 국민으로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었다.
바라보는 방향은 달라도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성숙한 시민의식 아닐까. 그리고 선거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투표하는 것은 단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내일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