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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 “육군 출신 아버지 만류에도 군복 입었는데”…해군 초계기 사고 순직자들 분향소에 추모 발길 이어져

◇지난 30일 경북 포항시 동해면 해군 초계기 추락 현장에서 해군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025.5.30. 사진=연합뉴스.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 31일 오전 찾은 이곳에는 순직자 유족들이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찼다.

"어떻게 그렇게 갈 수가 있니, 보고 싶어서 어떡하라고…"

고 윤동규(27) 상사의 모친은 "내 아들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 어떻게 해"라는 말을 반복하며 오열했다.

제복과 군복을 갖춰 입고 조문하러 찾아온 동료들은 이를 지켜보면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를 꽉 깨물고 눈물을 참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지난 30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합동분향소'에서 순직 해군의 유족과 어린 아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5.5.30. 사진=연합뉴스.

한 동료 장교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눈만 감으면 동료들이 떠올라서 힘들다"며 한동안 분향소를 떠나지 못했다.

어느새 조문하려는 동료들로 인해 분향소 입구까지 긴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동료들은 고인들의 영정 앞에 한송이 조화를 올리고 경례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한 부사관은 몸을 가누지 못해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한걸음, 한 걸음을 뗐다.

이 부사관은 기자에게 "모두 다 내 동료들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30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합동분향소'에서 순직 해군의 동료들이 조문을 마치고 슬퍼하고 있다. 2025.5.30. 사진=연합뉴스.

고 박진우(34) 중령의 한 유족은 위로하러 찾아온 박 중령의 동료들을 되레 위로하기도 했다.

이 유족은 "가족을 잃은 슬픔도 크지만, 동료를 잃은 슬픔도 크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을 건넸고, 동료들은 눈물로 답했다.

순직자 친지들과 지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윤동규 상사가 조카라고 밝힌 윤태웅(64)씨는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 해서 육군 부사관 출신인 아버지 만류에도 군복을 입었는데 이렇게 돼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윤씨는 "동규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한동네에서 같이 살아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뭐라 설명할 길이 없지만 착한 아이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1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합동분향소'에서 순직 해군의 동료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5.5.31. 사진=연합뉴스.

고 이태훈(30) 소령과 고 강신원(25) 상사의 친지들도 조문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고 박진우(34) 중령의 한 지인은 "중학교 시절 진해에서 교회 활동을 함께 했었다"며 "석 달 전 친구 결혼식장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근황도 주고받고 했는데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함께 온 다른 지인은 "고인은 항상 동생들을 먼저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든든한 오빠였는데,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들의 영결식은 다음 달 1일 항공사령부 강당에서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거행된다.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봉안된다.

해군은 영결식 전까지 일반인들도 조문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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