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서울에서 오후에 열린 토론회에 참석하고, 근무지인 홍천의 저녁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 날이 있었다. 이날 동선을 짜는 머릿 속은 복잡했다. 자차 이동이 아니면, 버스를 타고 오가야 하는데 버스·지하철 이용 시간과 모임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 결국 남춘천역을 이용한 다음, 30㎞ 정도 떨어진 홍천을 자차로 오가기로 했다. 시간에 쫓기듯 반나절을 보내며 ‘현타(현실 타격)’가 왔다. 철도역이 한 곳도 없는 지역에서 생활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이런 ‘현타’를 기반으로 매우 공감을 느낀 글을 최근 읽었다. 홍천군 청소년의회 의장으로 활동 중인 이정인(18)양이 대통령에게 쓴 손편지였다. 이 양은 “서울이나 외지로 가려면 하루 종일 계획을 세워서 움직여야 할 정도이고, 이는 병원 진료나 문화 생활, 교육의 기회를 누리는 것도 어렵게 만들며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 길이 연결된다면 홍천은 수도권 옆에 있으면서 불편한 곳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중심과 연결된 활기찬 지역이 될 것”이라고 썼다. ▼손편지가 역사를 바꾼 사례는 많다. 1982년 겨우 10살의 나이였던 미국 소녀, 서맨사 스미스가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유리 안드로포프에게 보낸 편지도 그 중 하나였다. “저는 러시아와 미국이 핵 전쟁을 할까봐 무서워요. 전쟁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하실 건가요?”라는 편지였다. 유리 안도르포프가 답장을 하며, 손편지는 냉전 중인 미국과 소련을 잇는 화해와 평화의 상징이 됐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한창인 ‘용문~홍천 광역철도 사업’과 관련해 착공 필요성을 설명하는 여러 편의 보고서를 봤다. 하지만 가장 경험적이고, 직관적으로 철도의 필요성을 설명한 글은 홍천에서 자란 10대 소녀가 쓴 3장 분량의 편지 한 통이었다. 이 손편지가 대통령실을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 됐으면 한다. 제주도 만한 면적의, 전국에서 가장 넓은 기초지자체에 철도역 하나 없이 ‘국토 균형 발전’과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을 말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참 미안한 일이다.